제당업계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하고, 국제 가격 하락을 고려해 기업 간 거래(B2B) 설탕 제품 가격을 다음 달부터 내리기로 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당 3사인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은 다음 달 1일부터 대형 식품 제조사 등과 거래하는 B2B 설탕 제품 가격을 약 4% 인하한다. 구체적인 인하율은 거래처별로 다르며 대상 제품은 하얀 설탕과 갈색 설탕 등이다. 일반 소비자 판매 제품은 이번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원당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늘어난 원가 부담을 최대한 감내해 왔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도 증가한 상황"이라면서도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이런 결정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5일 대한제당 인천공장을 방문해 "원당의 국제가격이 지난해 11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 가격 하락분이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체들은 당초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이 높을 때 구매한 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가격 인하에 난색을 보였지만 결국 정부 요청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설탕 1㎏의 가격은 2330원으로 5년 전인 2019년 1630원 대비 42.9% 올랐다. 설탕은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 때 사용되기에 가격이 오르면 연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설탕을 비롯해 우유 등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아이스크림 3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최근 가격은 5년 전보다 30~50%가량 인상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설탕 가격 인하가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제과·제빵·음료 업계에도 인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앞으로 국제 원당 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세계적 이상기후로 브라질 등 주요 원당 생산국 생산량이 줄어 국제 원당 가격 상승이 설탕 가격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