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후 엔 실질환율 최저…韓, 상반기 방일 444만명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에도 해외여행 등 국외 소비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기록적인 엔저(低) 영향 등으로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급증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7월호'에 따르면 KDI는 최근 국내외 소비와 관련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나 해외 소비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내국인 출국자 수가 1년 전보다 34.8% 증가(168만3022명→226만8310명)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출국이 늘어난 점이 해외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월 기준 출국자 수는 2019년의 94%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서비스수지의 한 축인 여행수지는 8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여행수입은 14억8000만달러였는데, 내국인이 외국에서 사용한 여행지급(23억4000만달러)이 58.1% 더 많았기 때문이다. 5월 여행지급은 작년동월(22억3000만달러)대비 4.9% 증가했다. 5월 기준으로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오르고 있으며 금액 규모로는 2019년(27억5000만달러) 이후 역대 최대치다.
반면 내수는 부진한 흐름이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상품소비와 관련, 5월 소매판매는 작년동월대비 3.1% 줄었고 직전 달(4월·-2.2%)과 비교해서도 감소 폭이 늘었다. 승용차(-7.5%→-9.2%), 의복(-5.3%→-6.8%), 음식료품(-3.3%→3.6%)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서비스소비도 서비스업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1.4%), 숙박·음식점업(-0.9%)도 감소세를 지속하며 소비 부진을 시사했다. KDI는 내수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장기화하는 고금리를 지목했다.
이러한 국외소비 증가·내수 부진 공존 현상은 역대급 엔저에 따른 일본 관광 급증 기류와 맞물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가 최근 발표한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444만명)이 올해 상반기(1~6월) 일본에 방문한 외국인(1778만명) 국가 중 25%를 차지했다. 1년 전(313만명)과 비교해도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엔화 실질실효환율(교역국과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은 5월 말 기준 64.45(2020년=100, 27개국 고려 기준)으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다만 엔화는 재선 도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최근 반등 기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