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에 대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왔던 발행사들로부터 적잖은 우려가 나왔지만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김문수·김준혁·문정복·박성준·백승아·정을호·진선미·강경숙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AI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 3~4학년과 중1·고1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에 대해 AI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8년까지 AI디지털교과서 적용 대상 학년과 과목을 확대 적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범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AI디지털교과서 발행을 맡게 될 기업들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우려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지난해 2~3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서비스 중인 주요 발행사 6곳과 중소규모 발행사 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조사 결과를 예시로 들며 “대체로 모든 발행사가 제시된 AI디지털교과서 개념도에서 발행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분과 일정 등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는 부분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외에도 △시범 모델 부족 △AI 기술의 부정확성 및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서책형 교과서와 연계 부족 우려 △데이터 분산화에 따른 우려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교육부가 요구해 만든 보고서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우려 지점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당시 교육부가 제시한 AI디지털교과서의 개념도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거의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이용 시간이 의학계 권고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부작용을 줄일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201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며 ‘만 2세 이후에도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하루에 가급적 2시간을 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조사관은 “이미 초·중등 학생들의 디지털 평균 사용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교육부가 디지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정책의 타당성을 어떤 지점에서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 “디지털 기기 이용이 늘어나면서 정신건강 지표도 악화되고 있는데, 해당 위험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정책들도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조와 제22조에서는 14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를 더 엄격하게 하도록 법률 규정을 두고 있다.
김 조사관은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이후 보호자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제공 수집에 대한 동의를 얻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