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삶의 지구력

입력 2024-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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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은 달리기를 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몇 년 됐는데 처음에는 3km 정도 뛰었다가 점차 늘려서 6km 정도 뛴다. 달리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 그리 빨리 달리지는 못한다. 제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달리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도 있다. 오래 뛰려면 지구력이 필요하고 뛰다 보면 지구력이 생긴다. 지구력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 뜀뛰기뿐일까? 삶의 여러 자리에서 지구력이 필요하다. 20년 한 자리에서 진료를 하는 것은 자못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다. 10년, 20년 전에는 어렵지 않았던 일들이 이젠 벅찰 때가 있다. 만약 지구력을 키운다면 내 진료실에서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구력이라는 게 오늘 6km를 뛰었다고 해서 내일의 6km가 수월할 거라는 말이 아니다. 5, 6km를 꾸준히 뛰었다고 해서 이제 5, 6km의 달리기가 수월해진다는 말이 아니다. 매번 뛸 때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지구력이라는 것이 어려운 일들을 쉽게 해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5, 6km 달리기의 숙제를 오늘도 감당하는 것이 지구력인 게다.

진료도 마찬가지다. 경지에 오르면 환자를 보는 것이 수월해지는 때가 오는 것이 아니다. 혈압약을 드셔야 하는데 한사코 안 드시겠다는 환자를 설득하기,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데 인슐린만은 안 맞겠다는 당뇨 환자를 설득하고 설득하는 일, 심장의 부정맥을 내가 볼 것인지 대학병원으로 보낼 것인지 머리 싸매며 하는 고민, 대장이 많이 꼬여 있는 환자의 대장내시경, 대장내시경을 하고 며칠 뒤 용종을 제거하고 난 자리에서 출혈이 생겨 다시 내시경을 해야 하는 상황, 흉벽과 가까이 위치한 유방의 혹을 조직 검사할 때 흉벽을 찌를까 조마조마하며 빨라지는 맥박…. 수월하지 않은 오늘의 일들을 해내는 것이 지구력이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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