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이모 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이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6년 10월 이 씨는 자신의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메리츠화재와 체결했다. 이 씨의 배우자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를 전액 본인부담으로 처방받았고, 이후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약 1500만 원을 환급받았다.
위험분담제는 고가의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약사가 약값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메리츠화재는 환급금 1500만 원을 제외한 금액만큼의 보험금을 이 씨에게 지급했다. 이에 이 씨는 “위험분담금을 포함한 전체 금액인 3600만 원을 모두 보상해 줘야 한다”며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해 5월 1심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위험분담제에 따른 환급금은 의료비 분담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환급금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 피고가 보상할 보험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환급금이 보상해야 할 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런 사실을 이 씨나 그의 배우자에게 설명했다는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판단은 1심과 달랐다. 올해 2월 2심 재판부는 “이 씨의 배우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환급받은 돈은 보험계약 약관에서 보상 대상으로 정한 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에 대하여서는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씨가 2심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만이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조항 문언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