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증상을 관리해야 하는 난치병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끊어질 듯한 복통, 반복되는 설사, 혈변 등을 경험한다.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물과 수술 등을 활용해 적절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2019년 7만814명에서 2023년 9만2665명으로 5년 사이 3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환자 가운데 20~40대가 57%에 달해, 발병 시기가 젊은 연령대에 집중되는 특성을 보였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과 개인의 면역반응, 장내 미생물의 조성, 환경 인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섭취의 보편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양상에 따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으며, 전문의가 임상적 특징과 내시경, 혈액 및 조직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두 경우 모두 증상 완화와 관해기(증상이 안정된 시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약물 치료를 실시한다. 하지만 약물이 더는 효과를 보이지 않아 증상이 악화하거나, 여러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크론병은 합병증으로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 생겨 장폐색이 나타날 수 있다. 장에 구멍이 나서 복강 내에 염증으로 세포가 죽고 고름이 고이는 ‘농양’이나, 조직에 관 모양 통로 ‘누공’이 생기는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질병이 오래 지속되면 대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럴 때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크론병 환자는 염증이 생긴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절제 이후에도 남아 있는 장에서 크론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절제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며,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궤양성 대장염도 크론병과 마찬가지로 내과적 치료에 한계가 있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대량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에도 수술을 해야 한다. 이 밖에도 대장 천공이 되거나 매우 심한 궤양성 대장염이 갑자기 발생하는 ‘전격성 대장염’ 또는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는 결장과 직장을 모두 절제하는 전대장절제술이 주로 시행된다. 병변 부위를 절제하고 소장의 끝부분을 알파벳 ‘J’ 형태로 변형해 항문관에 연결한다. 이런 형태는 변을 저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문합부(수술 후 장기들을 연결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소장루를 2~3개월 복벽에 유지하고, 이후 문합부 합병증이 없으면 임시 소장루는 복강 내로 복원한다.
홍광대 고려대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에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수술을 최대한 미루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증상이 더욱 악화해 긴급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개복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성 난치성 질환이기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와 금연, 금주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관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발병 요인으로 서구식 식습관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평소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요소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