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정책-민간 간 역할 보완ㆍ시너지 중요
민간기관 중에서도 대부업이 한 축으로 기능해야
우수대부업자 인센티브 제공으로 업권 활성화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대부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대부업에 대한 인식 개선, 우수대부업자 대상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금융소비자학회는 ‘우리나라 서민금융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금융서비스인 서민금융의 개선 과제, 대부업의 역할과 제도 개선안 등을 논의했다.
최철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은 이날 기조 강연에서 정책서민금융과 민간서민금융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민간영역에서 필요한 자금 수급이 이뤄지고 시장에 한계가 있을 때 정책서민금융이 같이 작동해야 한다”며 “서민금융에서 민간과 정책의 영역이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지는 우리가 계속 살펴봐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부업이 민간영역의 서민금융으로서 역할 할 수 있다고 봤다. 조 교수는 “그간 대부업권은 신용평점이 10~20% 이하인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대부업권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신용대출을 공급해 경제 능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서민금융을 강화하려는 대부업권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사람이 대부업권에서 받은 신용대출 규모는 전체 90조 원 중 6조 원에 불과하다”며 “대부업권이 과연 저신용 취약계층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2년 말 잔액 기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저신용자가 받은 신용대출 규모는 저축은행업권이 29조 원으로 가장 컸고, 카드업권 20조 원, 은행권 18조 원, 캐피탈 10조 원 순서로 집계됐다. 대부업권은 6조 원으로 전체의 약 6.7%였다. 이 같은 결과는 높은 조달금리와 낮아진 금리 상한선에 따라 대부업체가 신용대출 공급을 축소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규모는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해 말 약 4조 원으로, 2017년 말 약 12조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이정민 한국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현재 대부업체들은 금리 제한으로 인해 신용대출 취급은 줄고, 담보대출 영업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낮아져 불법사금융을 찾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대부업자 제도 활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우수대부업자의 상품을 활용하면 서민금융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우수대부업자 제도는 금융위원회 등록대부업자 중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대부업자에게 은행 차입을 허용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우수대부업자에 한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 축소를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선정하는 ‘우수’ 대부업자 범위를 늘릴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8000개가 넘는 대부업체 중 20개 안팎의 업체만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선정 범위를 넓혀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를 낮추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나왔다. 김민정 충남대 교수는 “건전한 대부업 이용 방법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대부업하면 무조건 ‘필요악’이라고 보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등록대부업과 우수대부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고,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등록대부와 미등록대부, 불법사금융 간 구분이 어려워 인식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는 만큼 대부업 명칭을 ‘소비자금융’ 또는 ‘생활금융’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대부업의 활성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ㆍ정책적 논의가 좀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 연구위원은 “상환 능력이 극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내주는 것보다 복지를 제공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정책서민금융과 민간대부업체 간 역할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뤄지면 대부업체와 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수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불법 행위 적발 시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대부업권이) 좀 더 건전하게 운영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종합토론에 참석한 박운규 금융감독원 민생침해대응총괄국 대부업감독팀장은 “오늘 (학술대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고려해서 앞으로도 금융위원회와 함께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대부업 활성화, 대부업 이용자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