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시스템 우려 목소리
정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 일부 학년, 일부 교과목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도입에 앞서 사회적 논의와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 등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학교 일선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서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 우려와 디지털 교과서 선정 방식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변재환 미국 캔사스주 위치타주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의 월례 포럼에서 “디지털 기기 노출 빈도 증가가 아동·청소년의 인지발달을 저해하거나 심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지금까지 (AI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은 학습자의 학년을 토대로 문항을 선별해 고정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라며 “학습자 수준에 대한 진단보다는 대부분 정답률에 기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는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 제출됐고 최종 5만6600여 명이 동의해 6월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크므로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독립형’ 선정 방식에 미비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교에서 서책형 교과서를 선정하면 같은 발행사의 디지털교과서가 자동 선정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내년에 도입될 AI 디지털교과서의 경우 서책형과 디지털교과서의 발행사를 학교가 각각 따로 선정할 수 있는 '독립형'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입법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독립형’ 방식 채택은 현행 대통령령 규정 등을 고려하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봤다.
아울러 보고서는 “교과용 도서의 '범위'에 관한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기술적·사회적 변화로 장래에 발생하게 될 다양한 수단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1949년부터 사용된 '교과용 도서'라는 명칭 규정도 정비하는 등 제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측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취약 부분을 반복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가 직접 디지털 교과서에 동영상·만화 등 학습 자료 링크를 삽입하거나, 학급 수준에 맞게 교육 자료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미래의 교실 환경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종이 교과서를 보조하는 역할로 쓰일 것이며,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146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심사본을 접수해 9월까지 본 심사, 11월까지 수정본 검토를 거쳐 11월 29일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