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하는 지배구조 개편 [노트북 너머]

입력 2024-08-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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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양날의 검' 같다. 고금리, 글로벌 경기 둔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환영받았던 사례는 드물었다. 어떤 방식이든 총수 일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컨센서스만 자리 잡았다.

SK그룹은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의 첫 타자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낙점했다. 배터리 사업의 지속된 적자와 투자금 부담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자, SK E&S의 안정적인 수익을 활용해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은 찬성률 85.75%로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을 두고 잡음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를 활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었다. 국민연금마저도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비슷한 시기 합병을 결정한 두산그룹도 합병 비율로 진땀을 빼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방식을 택했다. 합병 비율에 따라 두산밥캣 주주들은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된다.

문제는 두산밥캣이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그룹 내 '캐시카우'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3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밥캣의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나섰다. 금융당국마저 제동을 건 상황이다.

SK그룹도 지주사 지분이 높아지는 건 똑같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이후 지주사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에서 56%까지 늘어난다. 그럼에도 85%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낸 데는 충분한 주주 설득이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반 주주들을 위해 합병과 관련한 정보를 안내하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이사회 직후 대표 명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이튿날에는 기자 간담회를 여는 등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공감대가 주주들 사이에서 형성된 것이다.

두산 역시 뒤늦게 대표 명의의 주주 서한을 올리고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합병 효과 등을 추가로 설명했지만, 시점이 좀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합병이 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당장 알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다. 두산로보틱스가 가진 성장 잠재력은 물론, 합병 회사의 예상 이익 창출 능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묘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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