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고객의 투자 성향 진단이 의무화된 가운데 상당수 고객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실제보다 '공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투자 성향과 자신의 '눈높이'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대우ㆍ우리투자ㆍ굿모닝신한 등 3개 증권사가 고객 59만2천775명(3개사 합산)의 투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안정 추구형' 고객이 30.6%로 5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예ㆍ적금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상품을 선호하는 '안정형' 고객은 16.1%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46.7%가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다.
주식형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대체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공격 투자형'은 10.1%에 불과했다. 공격 투자보다 한 단계 낮은 '적극 투자형'은 19.3%로 집계됐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고객이 전체 3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는 투자 가능 기간, 투자 경험, 금융 지식, 수입원, 원금 손실 감내폭 등의 세부 항목을 토대로 투자 성향을 진단받아야 한다. 투자 성향이 상품에 적합해야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객이 직접 투자정보 확인서에 기재한 자가 진단에서는 수익성을 중시한다는 답변이 월등히 우세했다. 적극 투자형이 26.5%로 가장 많았고 공격 투자형도 16.7%에 달했다. 전체의 43.2%가 수익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정 추구형은 20.9%로 증권사 자체 분석보다 9.7%포인트가 적었고, 안정형 고객도 14.5%에 그쳤다.
이밖에 위험 중립형은 16.4%(증권사 분석)와 14.2%(자가 진단)로 집계됐다.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투자 성향으로는 보수적 투자자가 더 많지만, 기대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투자자는 투자 성향을 무시하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자필서명을 거쳐 상품에 가입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