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품질 이끈 기술인재 사라져
시장수요 맞춘 기업구조 변화 시급
8일 삼성의 3분기 실적 발표로 시장은 물론, 경제계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자조 섞인 한숨을 쏟아냈다.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1000억 원으로 매출은 2분기 대비 6.7% 정도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은 12.8% 하락한 수치였다. 이 수치가 이른바 ‘어닝 쇼크’로 다가온 이유는 국내외 다른 반도체기업들과 달리 삼성만이 유독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삼성은 그 비중이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2023년 기준 우리 수출의 18%, 시가총액의 17%, 그리고 대기업 취업자의 4%를 차지하는 명실공히 국내 대표기업이다. 필자는 지난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등의 움직임에 대하여 주요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국내 단일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 경쟁은 괴롭지만 ‘혁신’의 원인이 되며 혁신은 해외기업보다는 국내에 존재하는 기업에 전파되기 쉽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삼성쇼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을 SK하이닉스가 대신한다고 한다.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기업이 국내에 존재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삼성 쇼크가 비단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우리 경제 전반의 문제라는 데 있다. 즉, 도전정신과 부서 간 협력을 통한 문제의 신속한 해결,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희소자원인 ‘인재’의 적시 공급 등 경쟁력 결정요인들 전반에 누적된 문제가 이번 삼성쇼크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경쟁력 강한 국가가 되려면 여러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특히, 첨단 산업분야의 경쟁력은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고급 일자리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경제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 삼성 쇼크는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 국가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가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고기술산업은 기술로 한계를 돌파하고 품질로 승부를 보는 산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우선순위가 기술투자와 품질에 승부를 거는 정신에 있어야 한다. 그간 삼성이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으로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선도해 온 것은 바로 이런 기술에 있어서의 ‘초격차’와 ‘품질’에 승부를 거는 정신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인재가 기술기업에 몰리는 즉, 적시에 적절한 인재의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 기업에 공급되는 기술인력들은 “의대를 전국적으로 한 바퀴 돈 다음”의 인재들이라 한다. ‘의대쏠림’ 현상이 가져온 결과다. 그나마 다음 차례의 인재들이 선택하는 곳은 첨단기술기업이 아니라고 한다. 외환위기 후 기술인력들의 대량 실직사태를 경험하고 발생한 현상이라고 한다.
기업구조 또한 시장수요를 반영하여 기민한 조정을 요구한다. 삼성과 같이 종합반도체기업을 표방한 인텔의 위기는 삼성 위기의 실체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인텔의 경우 재정전문가에 의한 기업 지배 등 리더십상의 위기라는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도 있지만 기술에 대한 집중투자의 부족이라는 점에서 삼성과 같다. 기술에 대한 투자는 기업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파운드리 분야를 보자. TSMC와 삼성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이 설계가 중요한 제품을 스마트폰 등 후방산업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맡길 바보는 없다. 시장수요의 성격이 기업의 구조(수직계열화 대 분사(spin-off))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이 결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문학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산업분야 특히,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도록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