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영업실적 개선에도…양극화로 저성장 심화"

입력 2024-10-20 09:00 수정 2024-10-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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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2025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 발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내년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화되면서 국내 산업 영업실적이 개선되겠지만, 반도체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세는 둔화할 것이라는 민간 연구소의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저성장 기조가 심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일 발간한 '2025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금리, 환율, 원자재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고부가제품 판매가 늘면서 내년 국내 산업의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외 수요 약화, 기저효과로 수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하락하면서 반도체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이차전지, 통신, 소매유통 등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자동차, 해운, 정유 등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소는 2025년의 핵심 이슈로는 '저성장이 불러온 불편한 손님, 양극화'를 제시했다. 팬데믹 이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과거보다 심화한 가운데 성장 기회가 있는 일부 분야에만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연구소는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가 발생하고, 양극화로 인해 저성장이 심화하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가 현재 국내 산업이 가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의미하는데, 무한하게 반복되는 자기 순환 구조에서 발생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우로보로스의 딜레마'라 부른다.

연구소는 △산업 △기업 △소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먼저 산업 양극화와 관련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집중되는 반면,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기회나 미·중 갈등도 산업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과 생산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 도입 속도와 활용률 차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곧 기업 격차로 이어지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의 불씨는 지폈지만 저성장 시대에 벌어진 소득격차 및 고령화가 이를 희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부동산 등 자산 양극화와 부채부담 등으로 저가형과 고가형으로 양분되는 소비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다. C-커머스의 영향력 확대 등 저가형 제품에 대한 접근이 확대되는 것도 소비 시장 분리에 일조한다는 분석이다.

오유진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 강화, 고른 성장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산업·기업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미국 대선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 분석 결과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재편, 무역정책 등에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이차전지, 철강, 태양광,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남훈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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