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 진출, 길은 있다 [노트북 너머]

입력 2024-11-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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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현대카드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를 일본 시장에 수출한 것. 자체 기술로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해 전통적인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 ‘업의 전환’을 이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이번 수출 건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규모도 국내 소프트웨어(SW) 수출 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카드의 유니버스 수출 계약 규모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수백억 원대로, 지금까지 단일 SW 최대 규모의 수출 기록인 2018년 60억 원(티맥스소프트)을 훌쩍 넘어섰다.

내수 중심의 한국 금융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동시에 금융사도 디지털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유명무실했다. 20년째 해외진출을 목표로 했던 금융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해외 순이익과 점포 수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

국내 금융사는 세계 40여개국에 진출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현지에 지점을 설립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만 바뀌었을 뿐 국내에서와 동일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기업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 있다보니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자칫 국내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와 동일한 금융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외 금융당국의 무더기 제재에 몸살도 앓고 있다. 국내 금융사를 노린 표적 제재도 적지 않고, 민간 기업이 권위주의 국가의 규제를 뚫기란 쉽지 않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1년간 해외에서 받은 제재는 총 25건으로 전년(14건) 대비 80% 증가했다.

이번 현대카드의 일본 진출은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거나 가공해서 파는 것에서 벗어나 플랫폼화에 성공해 수출하는 사례로 남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있어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에 따라 ‘금융회사 등의 해외 진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예대마진과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모델 탈피하고 디지털 데이터 경제로 전환해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금융사의 IT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금융업 디지털 전환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이 단순한 일은 아니다. 사업 인허가는 물론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도 엮여있어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진 적잖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그간 금융사들이 ‘금융’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 반면, 현대카드는 금융, 마케팅뿐 아니라 업무 고도화, 제휴 사업 확장 등 모든 사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국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에게는 매우 유용한 사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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