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평화의 인사 ‘살람 알레이쿰’

입력 2024-11-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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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도로를 타고 밤새 달리면 이라크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야반도주하듯 의약품을 잔뜩 실은 지프에 올라타고 사막 한가운데 뻗어있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초승달이 걸려있는 듯 했다. 차 안에선 저건 달이 아니고 달 모양의 가로등이다, 아니 달인 것 같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차가 점점 다가가자 이내 초승달이 분명해졌다. 그때 알았다. 이슬람 나라들이 왜그리 초승달 상징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중동의 초승달은 내가 한국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표면에 닿을 정도로 낮게 걸려있었고 너무 밝아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어 가히 상징으로 삼을 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초승달에 감탄하며 이라크로 들어가고 있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직후 의료봉사팀의 일원으로 요르단을 거쳐 이라크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바그다드로 들어가고 나오기 전 잠시 들려 식사했던 팔루자 도시는 우리 팀이 철수한 뒤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폭격이 며칠만 일찍 있었다면 우리도 폭격을 피할 수 없을 뻔했다. 임시 진료실로 삼은 대피소 안의 온도는 50도를 훌쩍 넘었다. 그래도 수많은 환자가 몰려들었다. 접수와 예진, 진료와 약제팀까지 시스템을 만들어 대비하였지만, 밀려오는 환자들을 다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진료소를 닫고 내일 다시 방문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전쟁 직후 사회 기반 시설이 무너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구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50도를 넘는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은 진료가 안 되니 내일 다시 오시라는 말을 일일이 전하며 미안한 마음을 그네들의 인사로 대신했다. “살람 알레이쿰 -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와 알레이쿰 살람 - 당신에게도 평화가 있기를” 평화를 비는 인사가 오갔다. 그런데 진료받으러 온 사람들, 기다리다 돌아가는 사람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 나눌수록 슬퍼지는 것이었다. 평화의 인사를 무참히 외면하는 전쟁이라는 현실이 슬프고 전쟁통에도 “살람 알레이쿰” 하고 인사하는 외국인에게 “와 살람 알레이쿰”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샬롬과 살람,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계속 전쟁이라니 슬픔도 진행 중이다.

누가광명의원 조석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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