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양극화, 내년 더 심해진다… “대출 규제에 신축 선호 겹쳐”

입력 2024-11-17 16:34 수정 2024-11-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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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내 집 마련’에 속도를 내던 매수세가 한풀 꺾였다. 비교적 저가 아파트가 산재한 지역은 서서히 집값 하락을 직면하고 있다. 반대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은 여전히 굳건한 가격 오름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대출 조이기와 신축 품귀 현상이 두드러지는 내년에 이 같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매매 가격은 26억5117만 원으로 전년 동기(24억5482만 원) 대비 8.0% 증가했다. 하위 20%(1분위) 아파트는 1년 전 같은 기간(5억398만 원)보다 2.75% 감소한 4억9011만 원이었다.

서울 5분위 배율은 5.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 해 5분위의 평균 가격을 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은 2021년 9월부터 3년 넘게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까지는 4배 선에 머물렀으나 올 3월부터 5배에 진입했다. 2018년 9월(5.0배)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서울 5분위 아파트 한 채의 매수 자금으로 1분위 아파트 5채를 매입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11월 둘째 주(11일 기준) 강남구(0.19%)와 서초구(0.11%)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서울 평균(0.06%)보다 높았다. 반면 강북구(0.02%)와 노원구(0.05%), 도봉구(0.04%)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상승 폭 둔화를 맞닥뜨린 강북과 달리 강남권에선 연일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 신고된 총 354건의 신고가 거래 중 16.1%(57건)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서초구 ‘대장주’ 단지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84㎡(전용면적)는 지난달 54억8000만 원(1층)에 거래되며 두 달 만에 직전 신고가(48억 원, 12층)를 갱신했다. 지난달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즈’ 59㎡ 또한 25억2000만 원(3층)에 손바뀜하며 직전 신고가(24억 원)를 3개월 만에 다시 썼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권에 들지 않는 고소득층이나 현금 부자의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매물은 꾸준히 팔려나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내년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월부터 대출 대상이 5억 원 이하인 수도권 아파트의 디딤돌 대출 한도가 최대 5500만 원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강북, 서남권의 매수세에 상당한 타격을 가해 지역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4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 해 5분위(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1분위(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조현호 기자 hyunho@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4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 해 5분위(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1분위(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야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층은 주택 구매가 불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매수가 가능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역적·국지적 양극화 심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에 분양 예정인 신축 단지가 강남권보다 현저히 부족한 점도 양극화에 불을 지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내년 서울 분양예정단지(조합, 임대물량 제외)는 총 57개로 이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14개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3개뿐이다. 노원구에선 내년 분양을 앞둔 단지가 전무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상승장이 아니라 주요 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며 서울 신축 아파트 입성 여부가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며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양극화로 인한 계급이 굳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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