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으로 국내 식품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리온과 풀무원이 해외 실적을 바탕으로 ‘3조 클럽’(연 매출 3조 원 이상) 가입이 유력하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 3분기 누적 매출 2조2425억 원, 영업이익 383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9.1% 증가했다. 올해 연 매출 3조 원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전망이다.
오리온은 3분기까지 모든 법인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은 각각 성장률 6.2%, 8.9%를 보였다. 베트남 법인은 쌀과자, 양산빵의 성장과 참붕어빵 등 신제품을 지속 출시했다. 러시아 법인은 현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대형 체인스토어 등과 거래가 정상화되고 있다.
어린이 과자를 주로 판매하는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 법인에 투자를 해왔다. 과자 소비 인구 감소로 국내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베트남 법인은 현지 판매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호찌민미푹공장 및 하노이 옌퐁공장의생산동 신∙증축과 함께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등 과자에 대한 현지 수요가 크고 성장 잠재력 또한 기대되는 시장이다. 러시아 법인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라인 증설과 더불어 신규 카테고리인 젤리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수요 증가로 트베리신공장 및 노보 공장의 가동률이 130%를 넘어서 생산동 신∙증축을 검토 중이다.
4분기 실적은 비중이 큰 중국 시장의 성과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4분기에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등이 속해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춘절 성수기 등도 대비해 공급량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역시 3분기 누적 매출 2조3960억 원, 영업이익 658억 원을 기록해 올해 3조 클럽 가입이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29.1% 증가했다.
풀무원의 성장세 역시 해외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풀무원은 해외 사업이 두드러지는 기업은 아니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투자를 확대했다. 풀무원은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국 교민 시장에서 사업을 주로 영위하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 인수로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은 2014년 각각 진출해 2020년대 들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풀무원 해외식품제조유통사업부문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보다 11.5% 증가한 4687억 원이다. 특히 주력인 미국 법인이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분기 두부 매출을 기록하고 아시안 누들류 제품이 지속 성장 중이다. 캘리포니아 풀러턴공장 두부 생산설비 증설과 길로이 공장 아시안면류 생산라인 신설 등 현지 생산체계 확충에 힘입어 원가 개선, 생산성이 향상됐다. 코스트코 등 핵심 유통채널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법인을 포함해 해외사업 흑자를 달성하고, 향후 캐나다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라고 말했다.
오리온과 풀무원이 연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면 국내 식품기업 3조 클럽은 11개사로 늘어난다. 지난해 3조 클럽에 속한 곳은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오뚜기 △SPC삼립 △농심 △롯데칠성음료 △CJ프레시웨이 등 9개사다. 이들 기업은 올해도 3조 원 이상의 매출이 확실시 된다. 9개사 모두 국내 사업 정체를 해외 사업으로 만회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 장기화가 예상돼 내년에도 식품기업의 해외 사업 확대는 이어질 것”이라며 “원재료·제반 비용 상승 등으로 판매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국내 소비자 불만을 우려해 쉽사리 올리지 못하는 것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