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 이후로는 노인장기요양 및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고령인구 20%를 넘어선 2005년에 GDP 대비 경상의료비(공적 급여부문 지출과 민간 비급여부문 지출 합계) 비중이 7.8%에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의 경우 2023년 동 비중이 9.9%를 차지하였고 2025년에는 동 비중이 10.8%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의 완만한 의료비 지출증가 추세는 전적으로 민간의료진에 의한 자발적 돌봄 요양이라고 할 수 있는 회복기 재활 프로그램의 실시에 힘입은 바 크다. 즉, 노인의 질병 치료 및 돌봄 등에 소요되는 회복기 재활비용은 일반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해 의료비 증가를 억제시키는 데 기여했다.
보험적자폭 확대 예상에 대한 두 번째 근거는 필수의료부문 수가 현실화이다. 1976년 의료보험 도입 초기에 실시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부문 보험적용 수가는 실제 지출액의 45~60% 수준에서 매우 낮게 책정되었는데 근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가 인상률이 매년 1% 내외로 물가상승률에 비해 매우 저조하여 필수의료부문으로의 전문의 공급이 정체되었다. 사실 보험수가 산정의 최종 협의기구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재정운용위원회의 구성은 의사가 공익부문에서 단 2인밖에 포함되지 않은 30인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나마 공급자인 의료계는 전무하고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공익대표 각 10인씩이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의 구성이 의약계 대표 7인, 보험자, 사용자, 근로자 합계 7인, 전문가대표(의학 교수) 6인 등 총 20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의료계의 입장 반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의대정원 2천 명 확대안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즉,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필수의료진 부족 타개를 위한 최우선책은 정원 확대가 아닌 바로 의료수가 현실화인 것이다.
건보재정 악화 확대의 마지막 요인은 바로 비급여 부문 진료 확대로 야기된 혼합진료부문의 지출 증가 추세이다. 이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부문에서의 진료행위가 보험적용이 되는 입원 등으로까지 연계되어 비급여부문 지출의 확대가 곧 건강보험의 급여부문 지출 확대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2006년 혼합진료의 허용을 개시했으나 곧바로 문제점을 인식 후 결국 2011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은 우리나라 4대 공적 사회보험의 일환인 바 재정건실화 유지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 조차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비급여 부문까지 합한 국민 경상의료비 수준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23년 GDP의 9.9%에까지 도달하여 OECD 평균 9.2%를 상회하고 있다. 더구나 향후로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3가지 측면(인구 고령화, 필수의료수가 인상, 혼합진료 확대)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방의학의 성격도 갖춘 민간의료진에 의한 회복기 재활 프로그램의 활성화(일부 야권이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돌봄요양 체계로는 국가 재정부담 확대 야기) 체계 구축과 필수의료부문 수가 개선을 위한 비급여가 연동된 혼합진료제 폐지가 최우선책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국민들도 지나친 공짜 의료 기대감에서 탈피하여 건강보험료의 추가 인상에 대한 절대적인 협조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