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른 계엄·탄핵 정국 혼란을 조기 수습하고 국정 운영 안정화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협의를 통한 국회 운영으로 경청과 타협, 합리와 조정이 뿌리내리길 희망한다”고 했다. “비상시에도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그 부수 법안의 통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총리와의 회동을 주 1회 이상 정례화하겠다면서 “(총리와) 경제, 외교, 국방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 한 치의 국정 공백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윤 대통령 권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대해 “당내 논의를 거쳐 그 구체적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리겠다”고도 했다.
국정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당정 최고위층의 공통 인식은 일단 반갑지만, 낙관은 쉽지 않다. 계엄 후폭풍이 거세서다. 지난 주말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돼 극한 대치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야당은 매주 토요일 탄핵과 특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계점을 오르내리는 정국 불안이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당장 경제·민생 차질이 예상된다. 한 총리가 언급한 내년도 예산안부터 녹록지 않다. 앞서 야당은 정부안에서 4조1000억 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까지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약은 없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민들의 힘겨운 삶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가안보 불안감도 크다.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서가 최근 발효됐다. 우리 정국 혼란을 틈탄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신뢰를 잃은 현재 상황은 대북 대비 태세에 치명적이다. 군은 정신을 바짝 차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미국 ‘트럼프 2기’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눈앞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 관세, 대북 정책 등 정상급 회담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국가 리더십이 행방불명 상태가 됐다. 실로 뼈아프다. 한 총리의 행정부가 취약한 리더십을 메우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여야의 초당적 지원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야 모두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 민생을 받들어야 한다. 여당은 무엇보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 정치·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일이다. 야당은 또한 국가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하는 합리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은 눈이 밝다. 이 와중에 누가 제 욕심만 차리는지, 누가 국가와 사회를 어지럽히는지 제 손금처럼 들여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