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성 부각된 '시라노' 캐릭터…감동·웃음 선사
'말을 할 수 있다면' 등 새로운 곡 추가해 더 풍성
영국에 햄릿이 있고, 스페인에 돈키호테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시라노가 있다. 대중성과 문학성이 더욱 강화돼 돌아온 뮤지컬 '시라노'가 10일 본 공연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17년 7월 초연을 시작으로 5년 만에 돌아온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쓴 희곡을 각색한 뮤지컬이다. 그 인물은 바로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가스콘'이라는 부대를 이끌었던 장군 시라노.
시 쓰기는 물론 검술 실력까지 겸비한 시라노는 문무(文武)를 두루 갖춘 영웅의 상징이다. 그의 유일한 콤플렉스는 바로 '높은 콧대'. 이로 인해 시라노는 사랑하는 록산에게 제대로 된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한다.
그러던 와중에 록산은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이라는 남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말주변이 없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시라노는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데, 자신의 진심을 크리스티앙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그렇게 시라노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시라노 역은 조형균, 최재림, 고은성이 맡았다. 록산 역에는 나하나, 김수연, 이지수가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티앙 역은 임준혁, 차윤해가 맡았다.
지난 10일 첫 공연에서 시라노 역을 맡은 최재림은 뮤지컬 대표 넘버인 '거인을 데려와'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거인을 데려와'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시라노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다.
삼연을 맞이한 이번 공연에는 '연극을 시작해', '말을 할 수 있다면', '달에서 떨어진 나' 등 새로운 곡들이 추가돼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특히 '말을 할 수 있다면'은 사랑 고백에 실패한 크리스티앙의 새로운 솔로곡으로 캐릭터의 뜨겁고 순수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넘버다.
김수빈 번역가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각색의 초점으로 꼽았다. 그는 "고전 문학 작품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즈넉하고 우아하지만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넘어 배경이 17세기의 프랑스일 뿐 지금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으로 제작한 뮤지컬 '시라노'는 내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