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일본 3대 은행지주사, 대형 연기금 등을 만나 한국의 경제·금융 시스템에 대해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일본 미쓰비시UFJ그룹 대표이사(CEO), 미쓰이스미토모(SMBC)·미즈호 은행장, GPIF(정부 연금 투자 펀드) CIO 등과 면담을 갖고 한일 양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밸류업(가치 제고)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역할과 추진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한국 시장은 최근 우량·대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조만간 시장 안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92개사로 전체 시가총액의 34.1%에 달한다.
이 원장은 "한국 증시가 기업의 건전한 성장과 투자자의 성과 공유를 위한 '상생·기회의 장'이 되도록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주주이익 보호 원칙 도입, 자사주 제도 개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다. 시스템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 기업 상장제도 개선 등 시장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내 밸류업 우수 기업 중 하나인 TSI홀딩스의 재무총괄책임자(CFO)도 만나 실제 기업 밸류업 성공 전략 사례를 공유받았다. TSI홀딩스는 연 매출 2조 원의 일본 패션 대기업으로 질스튜어트, 뉴발란스 골프 등 약 60여 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밸류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 유휴자산 정리 등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행동주의 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와의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시장 신뢰 확보가 가능함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자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투자자의 관점에서 경영전략과 주주환원 정책 등을 고민하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상승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계엄·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회복하며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재정·통화·산업·금융정책 간 적절한 시너지를 통해 경기 하방리스크에 적극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금융회사의 투자환경 악화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짚었다. 이 원장은 "한국의 경제・금융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며 "일본 금융회사의 한국내 영업활동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원이 지속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