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조사 이래 분양물량이 가장 저조했던 2010년(17만2670가구)을 크게 밑도는 역대 최저 기록이다.
아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잔여 물량(1만1000여 가구)을 포함하더라도 16만 가구보다 적다.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은 당초 우려와 달리 계획 물량 26만5439가구 중 22만2173가구가 실제 분양에 나서며 분양률 83.7%의 양호한 실적을 냈다. 경남과 세종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나 수도권(89%), 광역시(75%), 기타 지방(78%) 등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과 서울 중심의 양극화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분양예정 물량의 약 33%(3만6231가구)는 내년으로 이월됐다. 전년(38%)보다는 줄었지만 2022년(17%) 대비 두 배 늘었다. 수도권(1만8167가구)과 지방(1만8064가구)의 이월 물량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각각 전체 이월 물량의 약 50%를 차지했다. 지방의 이월 비중은 전년(44%)보다 증가하며 어려움이 심화한 모습이다.
내년 월별 분양 계획상 1월(1만6066가구)에 이월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4월과 5월의 봄철 분양 성수기에 각각 약 1.1만 가구 수준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후에는 특별한 양상은 보이지 않고 평균 7,000가구 내외의 분양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수도권 분양물량 비중은 애초 53%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4%포인트 상승한 57%로 집계됐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수도권 중심의 분양 물량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내년 분양예정물량은 수도권 59%(8만5840가구), 지방 41%(6만290가구)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수도권에선 경기(5만550가구)와 서울(2만1719가구), 인천(1만3571가구) 순이다. 지방의 경우 부산(1만8007가구)과 충남(1만3496가구)이 1만 가구를 넘길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 특정 지역(부산 에코델타시티, 충남 천안·아산 탕정)에 집중된다.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 중 자체 사업(도급 포함)은 53%(7만7157가구), 리모델링 포함 정비사업은 47%(6만8973가구)로 집계됐다. 정비사업은 전년 대비 감소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물량이 소진돼서다.
서울 내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은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개발, 1097가구)가 유일하다. 경기는 고양 원당더샵포레나(원당1구역 재개발, 2601가구), 의왕 고천나구역 재개발(1913가구), 구리시 딸기원2지구 재개발(1096가구) 등이 계획돼 있다.
올해 서울 분양 물량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집중됐지만 내년에는 동작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으로 분양이 확대되며 중급지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평택시, 오산시, 용인시 등 반도체 중심 지역에서 분양이 집중됐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공급이 줄어들며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인천은 올해 상급지인 연수구에 분양이 몰렸으나 내년에는 중급지인 남동구로 분양 비중을 확대한다. 상급지에서의 분양 물량이 소진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지역에서 분양이 이뤄져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2024년 분양실적은 분양계획 대비 77%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의 실적은 계획 대비 평균 99%에 달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은 계획 대비 평균 59%에 그쳤다.
10대 건설사의 2025년 분양계획물량은 10만7612가구로 올해(15만5892가구)의 69% 수준이다. 6개 업체는 분양을 줄였고 3개는 유지했으며, 늘린 기업은 DL이앤씨 한 곳뿐이다. 포스코이앤씨(2만824가구)는 유일하게 분양예정 물량 2만 가구 이상을 유지했다.
이태용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내년 아파트 분양시장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정책적, 경제적, 구조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힐 것”이라며 “입주물량의 부족과 함께 분양시장이 장기침체의 갈림길에 섰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상승과 정책 이행력 부족은 시장 안정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사비 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흔들림 없는 정책 이행으로 시장에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