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그 수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큰 덩치 때문에 좁은 입구를 거쳐 밖으로 빼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언젠가 읽을’ 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가운데 선반이 내려앉은 큰 책장을 하나 버렸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무겁고 높이도 문보다 높아 이동이 쉽지 않았다. 바닥에 뉘여 한참을 이리 밀고 저리 밀고 하면서 땀을 한 바가지 정도 흘리고 나서야 일이 끝났다. 책장이었으니 망정이지 소파였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지난 해 12월 백진언 연세대 수학과 연구원(29)이 ‘소파 움직이기 문제(The Sofa Problem)’라 불리는 60년 난제를 해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는 ‘폭이 1이고 직각으로 꺾인 복도를 지나갈 수 있는 소파(2차원 도형)의 면적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으로, 여러 수학자들에 의해 여러 개의 답이 제시됐지만 확실하게 증명된 적이 없어 오랫동안 미해결된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 내용을 알아보기에 앞서 소파 문제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복도는 L자 모양으로 꺾여 있다. 다시 말해 한쪽에서 소파를 밀고 들어가야 하고, 코너를 지나 반대쪽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소파는 아주 무겁기 때문에 들 수 없고, 오직 밀어서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소파가 복도 벽에 걸리지 않고 코너를 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너를 돌 수 있는 소파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소파는 어떤 모양일까?
이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문제다. 우선 소파의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소파의 모양은 직사각형, 원형, 혹은 완전히 복잡한 곡선까지 무한히 많은 형태로 설계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모양이 가장 좋은지 판단하려면 너무 많은 경우를 비교해야 한다.
사실 소파가 직각 코너를 돌 수 있는 모양을 몇 가지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작은 직사각형이나 둥근 모양의 소파는 쉽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적의 답을 증명하는 건 어렵다. 다시 말해 특정 소파 모양이 정말 가능한 모든 소파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지는 최적의 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이는 마치 가장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게 모든 음식 중 ‘제일 맛있다’고 하려면 전 세계 음식을 다 먹어보고 평가해야 가능하다. 그만큼 증명이 쉽지 않다.
이 질문을 던진 캐나다의 수학자 레오 모저(Leo Moser·1921~1970)는 문제를 일상에서 찾는 걸 좋아한 독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친구와 동료들에게도 새로운 질문을 추가하도록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과제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제기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본인의 이사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소파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영국 수학자 해머슬리와 미국 수학자 조지프 거버를 꼽을 수 있다. 해머슬리의 경우 소파의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일명 ‘전화기 모양’이라 불리는 특정 기하학 형태를 선택해 최대 면적을 산출했다. 그리고 조지프 거버의 경우 해머슬러의 소파 곡선을 세밀하게 조정해 좀 더 큰 면적의 소파를 설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계를 마련한다.
두 사람의 경우처럼 기존 연구가 소파의 면적 최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백진언 박사는 소파가 ‘Q’라는 새로운 변수를 도입해 소파의 면적 자체가 아닌 소파가 가져야 하는 속성, 다시 말해 소파의 형태나 회전 이동 등을 포함한 효율성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거버의 소파가 Q의 최댓값을 가짐을 보임으로써 거버의 제안이 이 문제의 해답임을 증명했다.
백 연구원의 논문은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어 아직 공식적으로 학술지에 발표되지는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이번 도전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건 학문의 세계에서도, 이사와 같은 일상의 문제에서도 쉽지 않은 게 확실하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