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차기 CEO 후보’ 핍색으로 교체
“후계 경쟁 구도 또 다른 전환점”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14일(현지시간) 이인자를 교체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승계작업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대니얼 핀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6월 30일부로 현 직위에서 사임하며, 2026년 말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핀토 COO는 오랜 기간 ‘다이먼의 오른팔’로 꼽힌 인물이자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그의 자진 사임으로 주주들에게 후계 경쟁 구도에 대한 더 명확한 상황이 전달됐다고 WSJ는 평했다.
핀토를 대신해 COO로 선임된 인물은 제니퍼 핍색 상업·투자은행(CIB) 부문 공동 대표다. 약 30년간 JP모건에 몸담은 그는 다이먼의 후계 경쟁 구도에서 유력한 인물 중 하나로 꼽혔는데, 이번 인사로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WSJ는 “월가 최대 승계 드라마가 오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했다”면서 “승계 문제는 그저 가십거리가 아니며, 투자자들은 다이먼이 없으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 대변인은 “핍색은 다이먼 회장과 긴밀히 협력하고 최고 경영진을 지원하는 고위 운영 역할을 선호한다”며 “현재는 CEO 직책을 고려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유력 차기 CEO 후보군에서 핀토와 함께 핍색도 제외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핍색이 차기 CEO로 내정됐다는 인식을 피하고, 향후 COO로서 다른 C레벨 인사(고위 경영진)들과 업무를 조율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수사이지, 실제 후계자가 될 의사가 없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핍색은 CIB 이전에 소비자금융 부분도 공동으로 이끈 전력이 있으며, 2019~2021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내는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핍색 이외 차기 CEO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임원진은 매리언 레이크 소비자·지역 부문 대표, 트로이 로어보 CIB 부문 공동 대표, 더그 페트노 신임 CIB 공동 대표 등이 있다. 핍색과 레이크는 여성인데, 현재의 경쟁 구도라면 최초의 여성 CEO가 탄생할 확률이 절반에 이른다.
3월 69세가 되는 다이먼 회장은 2005년 말 사령탑에 오른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3년 지역은행 혼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월가 경영자다. 그는 임기 동안 JP모건을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키워냈다.
앞서 다이먼이 지난해 1월 핵심 사업부 리더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후계 구도의 윤곽이 나온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잔여 임기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항상 ‘5년’이라고 농담조로 대답했지만, 작년 5월에는 “더는 5년은 아니다”라며 평소와 다른 대답을 해 조기 은퇴 관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