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가티 불다기온앤온"…'불닭볶음면' 공식 SNS, 해킹 아닙니다! [솔드아웃]

입력 2025-01-17 17:4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출처=불닭볶음면 공식 X 캡처)
▲(출처=불닭볶음면 공식 X 캡처)

불다기불닭 불닭어 불닭스딱스 불다르크불닭기우가
불디기불닭어 불닭가티불다기온앤 온

오탈자가 아닙니다. '얄리얄리 얄라셩' 같은 고려가요 후렴구도 아닌데요. 바로 '불닭볶음면'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문구입니다. 엄연히 '마케팅'을 위한(?) 글이라는 거죠.

최근 유통업계는 '밈'(meme)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모방 등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 요소'를 뜻합니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복제되면서 유행하는 일종의 '인터넷 유행어', 혹은 '유행하는 사진 및 영상'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죠.

유통업계는 밈을 브랜드나 제품에 결합하며 바이럴 효과를 내는 걸 넘어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밈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그 효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겁니다.

▲(출처=X 캡처)
▲(출처=X 캡처)

"불닭을 낅(?)여오거라" 한마디에…밈으로 답한 '불닭볶음면' 공식 X 계정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삼양식품의 인기 라면인 '불닭볶음면'의 공식 X 계정이 화제가 됐습니다.

14일 한 X 이용자가 자신이 끓여 먹은 불닭볶음면을 인증하면서 "불닭을 낉(끓)여 오거라"라고 말한 글에 불닭볶음면 공식 X 계정이 내놓은 답이 웃음을 자아낸 건데요. "불다기불닭 불닭어 불닭스딱스 불다르크불닭기우가 불디기불닭어 불닭가티불다기온앤 온"이라는 희한한 문구였습니다.

고려가요 같은 이 문구가 생소하다면, 아직 밈에 찌들지(?) 않은 머글(일반인)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요. 이는 지난해 여름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끈 "친구가 햄버거를 자꾸 '햄부기'라고 불러서 짜증난다"는 내용의 글에서 파생된 밈입니다. '햄부기'라는 말이 귀엽다는 친구에게 글 작성자는 "자꾸 '햄부기'라고 하면 같이 햄버거 안 먹을 것"이라고 차갑게 답했는데요. 이후 작성자 역시 '햄부기'라는 단어에 중독됐다는 근황이 전해져 웃음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이때부터 온라인상에서는 '햄부기'라는 말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한 X 이용자는 이를 활용해 "햄부기햄북 햄북어 햄북스딱스 함부르크햄부가우가 햄비기햄부거 햄부가티햄부기온앤 온을 차려 오거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 글이 또 화제를 빚으며 밈으로 거듭났습니다. 한 네티즌의 근황으로 시작한 밈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며 또 다른 밈으로 파생된 거죠.

불닭볶음면 X 계정이 인용한 이 밈에는 적지 않은 이들이 열광했습니다. 이 글은 17일 오후 3시 기준 조회 수 약 563만 회를 기록했는데요. 2만6000회의 '좋아요'도 얻었죠.

유머러스한 글이 화제를 빚은 데엔 콘셉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불닭볶음면 공식 X 계정은 '퇴사를 앞둔 인턴 직원이 기간 한정으로 운영한다'는 콘셉트를 보이는데요. 계정 소개글에는 '퇴사까지 11일'이라는 문구가 야무지게 적혀 있습니다. 퇴사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솔직한 모습이 네티즌들 사이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죠.

'햄부기' 밈을 활용한 게시물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해당 계정엔 "팀장님이 이게 뭔데 이렇게 반응이 잘 나오냐고 아침 회의에서 소리 내서 읽으셨다. 퇴사일 앞당기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이 글은 3만 회가량 리트윗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멘션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으로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죠.

▲(출처='발을_씻자' X, '짐빔'·'듀오링고'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발을_씻자' X, '짐빔'·'듀오링고' 인스타그램 캡처)

'발을 씻자'→'듀오링고'…'웃수저' 극찬 들은 브랜드들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호평을 받은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보디케어 브랜드 '온더바디'가 대표적입니다.

온더바디의 대표적인 제품은 풋샴푸 '발을 씻자'입니다. 2018년 출시됐지만 입소문을 탄 건 2023년께부터였는데요. 젊은 세대에겐 이때부터 '만능 샴푸'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 세정은 물론 욕실과 주방 청소, 얼룩 제거, 자전거 청소, 심지어는 해충 퇴치 등 다양한 간증 글이 올라오면서 이름을 떨친 겁니다.

'발을 씻자'가 이름을 알린 데엔 SNS 마케팅도 한몫했습니다. '발을 씻자'는 2023년 11월 공식 X 계정을 열고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는데요. 수시로 #발을씻자 #발냄새 #발각질 등 키워드를 모니터링하면서 열정을 보여줬고, 발 세정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뜯어말리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외부 협업 제품 판매나 웹예능 '네고왕', 올리브영 할인 행사 등을 앞두고 있으면 "지금 구매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당부하거나,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꿀팁'도 알려주면서 호감을 샀죠.

활발한 SNS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향상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 "반려견용 '발을 씻자'도 출시해달라"는 성원이 이어지자, 의견을 수렴해 개발 부서에 전달, 정말 신제품을 출시한 건데요. 지난해 7월 LG생활건강은 강아지용 풋샴푸 '강아지 발씻자'를 출시했습니다. '발을 씻자'와 펫케어 토탈 브랜드 '시리우스' 팀이 컬래버레이션 해 제품을 개발했는데요. 제품 완성 내내 제품 개발 현황을 '주간 보고' 형식으로 X 계정에 업로드했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강아지 피부가 연약하다는 점을 반영해 보습 성분도 추가하고, 씻어낼 필요 없이 간편한 사용을 위해 '노 워시'(No wash) 타입으로 개발했죠. 제품명, 용기 디자인도 고객들과 함께 완성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엔 강아지 발부터 몸통까지 티슈로 닦아낼 수 있는 '강아지 발씻자'의 티슈형 제품을 선보이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했는데요. 팬덤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3년 11월 개설한 '발을 씻자'의 X 팔로워 수는 17일 기준 약 6만7000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버번위스키 브랜드 '짐빔'은 웃음을 위한 '부계'(부계정)까지 따로 개설했습니다. '직원들이 술 먹고 운영하는 부계'가 콘셉트인 인스타그램 계정 '짐빔빔'은 각종 밈에 짐빔 하이볼을 집어넣고 있는데요. 200년 넘게 사랑받아온 기업의 이미지도, 개연성도 찾아보기 힘들죠. 이런 뻔뻔한 매력이 사람들을 웃게 합니다. 댓글엔 "밈 박사", "만든 직원 보너스 좀 챙겨줘라", "나는 밈을 이 계정에서 배운다" 등 호평이 이어지죠.

언어학습 서비스 '듀오링고'의 초록색 부엉이 캐릭터, '듀오'는 밈을 활용한 전략으로 세계적인 인플루언서가 됐습니다. 2021년 듀오링고에 입사한 23세 신입 직원 자리아 파르베즈는 자사의 틱톡 계정에 영상을 올려봐도 되겠냐고 회사에 요청했는데요. 이후 듀오링고의 틱톡 계정엔 크나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듀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같은 K드라마나 유명 영화, 광고를 패러디하고 유행 중인 챌린지에 참여하는 모습이 속속 공개돼 관심을 끌었죠. 1년 만에 5만 명이던 듀오링고의 틱톡 팔로워 수는 88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도 개설,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첫 게시물에서부터 '마라탕후루', '잘자요 아가씨', '티라미수 케익', '사랑했나봐', '푸른 산호초' 등 온갖 밈을 패러디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또 '오 필승 코리아' 노래에 알맞은 국기 이미지를 골라야 하는 퀴즈엔 북한의 국기를 선택하는 오답으로 경악을 자아냈는데요.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영어와 프랑스어로 모두 '북한'이라고 소개하면서 논란을 빚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겨냥한 매콤한 패러디에, 네티즌들은 "공식 계정 생기자마자 도전적이네", "원조 듀오링고 따라서 미쳐가는 게 웃기다", "이게 듀오링고"라며 배꼽을 잡았죠.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밈 활용, 역풍 부른 경우도…본질은 고객과의 '소통'

밈은 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SNS 발전에 따라 확산하는 속도도 빨라졌고, 파급력도 광범위해졌죠. 미국에서 인기를 끈 밈이 우리나라로 수입되거나,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챌린지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 말은 곧 밈을 활용한 마케팅은 브랜드나 제품의 노출도를 효율적으로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죠. 특정 밈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UGC)를 장려하는 챌린지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과함은 모자람만 못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밈에 의존하거나 유행을 좇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레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죠.

일례로 SPC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11월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럭키배라'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럭키비키 모찌' 제품을 출시한 바 있는데요. 취지와 달리 곧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럭키비키'는 행운을 뜻하는 '럭키(lucky)'에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영어 이름인 '비키(Vicky)'를 합친 표현인데요. 장원영의 긍정적인 사고방식, 일명 '원영적 사고'를 상징하는 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상표권 등록 등 법적 보호를 받는 표현은 아니지만, 제품명에 유행어를 활용하면서 '상도덕'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일부 네티즌들은 "이 밈을 쓰고 싶었으면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했어야 한다"고 비판했죠.

논란이 커지자 배스킨라빈스 측은 "기획 과정에서 아티스트(장원영) 당사자와 사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 홈페이지에서 관련 제품 광고를 삭제하고 추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획 과정에서 사전 검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점검 절차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약속했죠.

현시대의 도덕관념 등에 맞지 않는 밈도 다수인 만큼, 밈의 뜻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일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밈을 활용한 마케팅 역시 어디까지나 '소비자와의 소통'에 목적을 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네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입 꾹 닫은 尹…무대응 전략, 재판서 유리할까
  • 비상계엄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문상호 공소장 살펴보니
  • "겨울 얼음낚시, 이것만 알고 가세요"…알고 잡으면 더 맛있는 겨울철 별미 [레저로그인]
  • 텀블러부터 파자마까지…유통가, ‘해리포터 찐팬’ 잡기 분주
  • 다음주 공개 갤럭시 S25 '슬림' 두께-스펙 다 나왔다
  • 예능도 모자이크 한 '그곳'…생중계된 한남동 관저, 괜찮을까요? [이슈크래커]
  • 윤석열 구금 장소는 서울구치소…거쳐 간 유명인 면면은 [해시태그]
  • 김민희, 임신 6개월 차…64세 홍상수 감독, '아빠' 된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1.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53,673,000
    • +4.91%
    • 이더리움
    • 5,038,000
    • +2.67%
    • 비트코인 캐시
    • 721,500
    • +4.95%
    • 리플
    • 4,705
    • -4.53%
    • 솔라나
    • 319,500
    • +1.59%
    • 에이다
    • 1,645
    • -0.78%
    • 이오스
    • 1,449
    • +7.41%
    • 트론
    • 363
    • +2.83%
    • 스텔라루멘
    • 703
    • -5.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150
    • +1.77%
    • 체인링크
    • 35,780
    • +3.68%
    • 샌드박스
    • 978
    • +5.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