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의결권 제한 놓고 입장 차
주총 파행 가능성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인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위임장 확인 절차로 4시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두고도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총이 파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 개회 시간이 오후 12시로 한 차례 미뤄졌고, 오후 1시로 다시 연기됐다. 중복 위임장을 제출한 약 250명의 주주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임시주총이 열려도 정상적인 표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상법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 양측은 정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전날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3%를 확보,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의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고려아연은 상법 제369항 3조에 따라 영풍이 고려아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다.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5.42%다. 반면 MBK·영풍 측은 이러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주총 강행 시 법적 조치나 추가 임시주총 개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임시주총 의장을 교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날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맡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등의 대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사 선임 안건은 MBK·영풍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 14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고려아연 노조도 주총 시작 전부터 현장에 집결해 주총장 입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소수주주 무시하는 MBK·영풍을 규탄한다. 집중투표제 도입해야', '돈만 생각하는 투기자본 MBK' 등의 문구가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