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든 것을 싹 바꿀 태세다. 탄핵 정국에도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비호감 딱지'를 이젠 정말 떼어내겠단 결단이 선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 끌고 온 자신의 역점 정책들도 다 내려놓겠다고 한다. 최근 '실용주의 성장론'을 앞세우기 시작한 그는 대표 공약인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발표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사회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검든 희든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까지 꺼내들며 이미지 변신에 나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민 10명 중 4명은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를 찍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6~7일 이틀간 전국 남녀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대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후보’ 1위는 이 대표(42.1%)였다.(무선 100% RDD 방식 ARS,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고) 이 대표가 여야를 통틀어 대권 주자로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에 대한 비호감과 비토 정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왜 싫어요?" 개인적으로도 궁금해 주위 생각을 물은 적이 있다. '가결파 숙청', '비명횡사 공천'에서 보인 이 대표의 냉정한 면을 언급하는 이도 있었고, 논문 표절 의혹이 일었을 당시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학위가 필요하겠냐"는 그의 발언이 적잖이 충격이었다는 답도 돌아왔다. 종합해 요약하자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말이든, 수단이든 가리지 않을 것 같다" 정도가 된다. 한마디로 '냉혈한'(冷血漢)이란 거다. 거칠고 강인한 이미지가 고착화되다 보니 마치 '도장깨기'하듯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건 인간적 매력과 따뜻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국민은 '처단하겠다'는 냉혈한 대통령을 제 손으로 직접 끌어내린 위대한 국민들이다.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다음 대통령은 높은 확률로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국민도, 정치도 힐링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대화와 타협, 관용, 화합과 같은 것들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하는 척'만으론 부족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역대 대통령 호감도 1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이 좋아하는 대통령'의 단골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끔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매 여론조사 때마다 그는 호감도에서 항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치적 호불호는 갈릴지라도 "친근하고 인간적이었다"는 평가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정치권이 눈여겨 볼 만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