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작품들, 성평등 지수에 따라 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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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여성 영화인 창작 지원을 위해 도입한 '성평등지수 가산점' 제도를 재검토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영진위는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 등에 적용되는 성평등지수 가산점을 둘러싼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2021년에 도입된 성평등지수 가산점은 최대 5점이다. 여성감독, 여성프로듀서, 여성작가, 여성촬영감독 등이 제작이나 촬영에 참여하면 수천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최근 열린 영진위 정기회의에서 한 위원은 "성차별이라는 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으로 인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며 "현재 시점에서 독협(한국독립영화협회) 구성원을 봐도 여성이 더 많다. 실제 당선사례를 봐도 여러 가지로 여성이 더 많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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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게 오히려 역차별은 아닌가, 정말 성평등인가에 대해서 반영해야 할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 관계자는 "심사를 해보면 상위권에 있는 작품들은 성평등 가산점과 관계없이 진행된다"라면서도 "사실 하위권 작품들은 성평등 지수에 따라 당락이 좀 결정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점수를 다 내고 나서 그 점수에 성평등 지수를 합한 다음 최종적으로 나오는 심사 결과에 대해서 조금 아쉬움을 표시하는 경우도 사실은 좀 있다. 그래서 성평등 지수가 이 정도가 적절한지, 향후에도 이걸 유지해야 할지 심사위원분들의 의견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아쉬웠던 심사위원들의 의견 등을 한국영화성평등 소위원회 쪽으로 충분히 전달해서 앞으로 반영하는 방향이나 배점이나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평등지수 가산점 제도는 2020년 영진위가 발간한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연출, PD, 시나리오 작가, 촬영 감독 등 여성 창작자가 참여한 영화나 여성 인물의 이야기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 기금 지원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논의됐다. 이 같은 성평등 영화정책은 스웨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이미 한국보다 앞서 시행 중이다.
보고서 발간 1년 뒤 영진위는 영화 산업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가산점 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여성 영화인 창작 기회 확대 및 여성 중심 서사의 영화 증가 등을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