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남 3구에 5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 대장주라 불리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의 국민 평형(전용 84㎡) 집값은 처음으로 3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의 공기는 딴판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은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03% 하락하며 침체된 분위기다. 지방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다. 대출 규제 여파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이다. 서민들은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갖기 어렵다는 것은 각종 통계로 확인된 사실이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의 자산에 은행 빚이 대부분인 서민들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은행 대출이 금융당국 정책 기조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가계대출 관리 정책은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대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시행되면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막힌다. 정작 피해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이 절실한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러한 공포가 번지니 ‘영끌’ 광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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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출 정책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강하게 조였다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다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식이다. 실수요자들은 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2021년 금융당국이 이른바 ‘미친 집값’을 잡겠다며 전격적으로 시행한 대출총량제는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시행한 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문제다. 정부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서민과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실거주 목적이 확실한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풀어주는 식의 현실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