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상환 부담 피인수 기업에 전가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경쟁력 약화 ‘악순환’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이후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를 향한 책임론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외 네파, 모던하우스, 딜라이브(옛 씨앤엠방송), 영화엔지니어링 등이 비슷한 부침을 겪은 터라, MBK가 문어발식 인수로 ‘본업 경쟁력’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차입매수(LBO)를 활용,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왔다.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고 차입금 상환 부담을 피인수 기업으로 떠넘겼다. 인수 후에 본업 경쟁력보다는 비용절감,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과 대규모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됐다.
홈플러스의 경우, MBK는 2015년 인수자금 7조2000억 원을 만들기 위해 블라인드펀드로 2조2000억 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자금을 충당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약 2조9329억 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인 4713억 원보다 무려 2조5000억 원이 많다. 특히 MBK는 현재까지 점포 20여 개를 매각했다.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우량 점포를 잇달아 매각·폐점하면서 전체적인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게 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로 폐점한 경기 안산점, 부산 해운대점 등은 매출 상위권 점포였다.
관련 뉴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MBK의 LBO 인수방식 탓에 아무리 벌어도 이자조차 제대로 낼 수 없고, 결국 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 원인은 대형마트산업 한계 탓이 아닌 MBK 인수 이후 잘못된 경영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외에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모던하우스 등도 MBK의 경영 방식으로 잇달아 망가졌다. MBK는 2013년 네파 인수 당시에도 LBO를 활용했다. 인수 자금(약 9970억 원) 중 절반인 4800억 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히 쇠락하자, 이자비용 지급에 급급한 나머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2023년까지 9년간 네파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2730억 원으로 추정된다. 결국 MBK의 과도한 차입금 부담 전가는 네파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인수 당시 당기순이익 1052억 원을 기록하던 네파는 2023년 105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모던하우스도 재무부담 악화 등으로 쉽게 팔기 힘든 상태다. MBK는 2017년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총 7100억 원에 인수했다. 2021년에는 3400억 원 규모의 리캡(자본재조정)을 통해 차입금을 늘리고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지만, 결국 모던하우스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MBK는 2년 전에도 모던하우스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도 MBK의 경영 실패 사례로 꼽힌다. 딜라이브는 과도한 이자 부담을 못 견뎌, 결국 채권단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영화엔지니어링은 MBK가 단기적 투자금 배당과 회수에만 치중해 적자 기업으로 전락, 헐값에 팔렸다.
투자업계는 MBK의 LBO 방식이 피인수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시켰고, MBK가 단기적 자금 회수에 혈안이 돼 연구개발(R&D), 설비확충 등을 등한시한 결과 본업 경쟁력이 꺾이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인수한 기업 대부분은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결국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다”며 “이 과정에서 MBK는 투자금 손실만 최소화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