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보다 이번 FOMC에서 관심을 모았던 것은 매 분기 발표하는 경제 전망이었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발표되었던 전망에서 연준은 탄탄한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서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했고, 인플레이션 안정 쪽에 무게를 두었던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면서 관세 정책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며 이런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보편관세, 산업별 관세, 그리고 상호관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세가 결합할 경우 경제 주체들은 꽤 높은 고율관세 부담을 안게 되는데, 이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실제 미시간대학교에서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지수는 장단기 모두 큰 폭 뛰어오르면서 그런 우려를 높였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아지면 연준의 금리 인하는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고 현행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에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달러 강세 기조가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고물가와 고금리는 미국의 소비에, 그리고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 탄탄한 미국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발표된 3월 전망에서 연준은 향후 미국의 성장률 전망은 2025년 1.7%로, 물가 전망은 2.8%로 제시하였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2025년 2.1% 성장과 2.5% 물가상승률 대비 성장률 전망은 하향되었고, 물가 전망은 상향 조정된 것이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의 조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연준의 전망만을 감안한다면 시장의 우려가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커지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강하기에 섣부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재차 자극할 수 있기에 연준은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FOMC 결과 발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높아지는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소 의외의 발언을 했다. 우선 앞서 언급했던 미시간대학교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제한된 표본에서 추출된 서베이의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일정 수준 괴리가 있다는 발언을 한다. 즉, 데이터의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들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물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관세 부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데, 관세는 매년 상향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연도에만 높아지는 일회성 이벤트이기 때문에 당장의 물가 상승으로 끝날 뿐 장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았다. 즉,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기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필자는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들으면서 기시감이 들었다. 2021년 상반기에 과도한 부양책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던 시점에 연준은 당시 물가상승세는 “일시적”이라고 말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스스로 낮추었고, 이는 그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 인플레이션 대란을 야기했던 바 있다.
연준은 미국 내 유일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물가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가질 때, 강하지 않았던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은 의외로 강한 괴물로 성장할 수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강도와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의 변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