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던 바이오 기업들의 엔데믹 이후 상이한 ‘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자금이 한정적인 만큼, 기업들은 개발 지속과 중단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리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리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주를 앞뒀다. 최근 후보물질 ‘AdCLD-CoV19-1 OMI’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해 2~3분기 중으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을 밝혔다. AdCLD-CoV19-1 OMI 3상은 국내, 베트남, 필리핀 총 3개 국가에서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마친 상태로, 중간분석 결과를 활용해 허가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AdCLD-CoV19-1 OMI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백신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알려진 B.1.1.529 대응 백신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셀리드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AdCLD-CoV19-1 OMI 임상 3상 수행 및 분석비용, 허가용 백신 생산에 약 105억 원, 상업화용 백신 제조에 약 97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는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반면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에 나섰던 ‘GX-19N’의 임상을 2022년 일찌감치 중단했다. 이후 현재까지 GX-188E과 GX-BP1 등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GX-188E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DNA 항암백신으로 개발 중이며, GX-BP1은 폐암과 방광암 등 다양한 암종을 적응증으로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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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넥신은 최근 미국 웨일 코넬 의과대학과 물질이전계약(MTA)도 성사했다. 두 기관은 방광암에 대한 GX-BP1 적용 가능성을 공동연구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재발성, 진행성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 총 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GX-188E 및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 2상 결과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유지하고 있지만, 콜레라 백신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지속해서 높은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앞서 유바이오로직스는 필리핀에서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임상 3상을 마치고 2023년 6월 허가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비코로나 분야에서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첫 RSV 백신 임상 착수 기업으로 성과를 냈다. 후보물질인 EuRSV는 바이러스의 특정 항원인 F단백질과 면역 증강제가 혼합된 재조합 단백질 서브유닛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 임상 3상까지 진행된 ‘EuIMT플랫폼’의 리포좀 기술이 적용됐다. 국내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니세프(UNICEF)와 경구용 콜레라 백신인 ‘유비콜-에스’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금액은 45억346만 원으로, 이는 2023년 회사의 매출 대비 6.49%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에는 식약처로부터 춘천 2공장(V Plant)에 대한 유비콜-에스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적합 판정과 완제품 제조소 추가 승인을 받고 생산 역량도 확충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잠재력이 있는 차기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이끌었던 모더나의 지난해 ‘스파이크백스’ 매출은 31억 달러(4조5442억 원)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이자의 ‘코미나티’ 매출 역시 53억5300만 달러(7조8469억 원)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