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독서의 참 목적

입력 2025-03-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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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정조 4년(1780) 연암 박지원은 삼종간인 8촌형 박명원의 자제군관으로 청나라 사절단에 동행하였다.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러 가는 사신단의 일원으로 연경(지금의 베이징)을 거쳐 열하(지금의 허베이성 청더)를 다녀온 후 집필한 여행기가 ‘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 자는 중미, 호는 연암으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일찍이 문명(文名)을 떨친 문장가로 열하일기를 비롯해 양반전, 허생전 등의 풍자소설을 집필한 문학가로 유명하다.

그의 활동 영역은 소설, 철학, 경세학, 천문학, 농사 등 광범위했으며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 박제가 등과 가까이 교유했다. 당시 그를 중심으로 한 연암 모임이 형성되어 많은 신진기예의 청년 인재들이 그의 문하에서 지도를 받고 새로운 문풍과 학풍을 이룩하니 이것이 북학파 실학 이었다. 연행에서 청나라 문물과의 접촉은 그의 사상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 이를 계기로 그는 인륜위주의 사고에서 이용후생 위주의 사고로 전환하게 되었다. 양반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부패의 폭로를 통해 사회 모순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드러내며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학문에서 귀중히 여길 것은 실용임을 강조했다. 이용후생과는 거리가 있지만 독서의 참 목적을 밝히는 연암의 글이 있어 소개한다.

“凡讀書者 何爲將以也 將以富文術乎 將以博文譽乎(범독서자, 하위장이야, 장이부문술호, 장이박문예호) 무릇 독서를 하는 것은 장래 무엇을 위함인가? 장차 문장을 엮는 기술을 풍부히 함인가? 장차 문장의 명예를 넓하려 함인가?

講學論道<사진> 讀書之事也(강학논도, 독서지사야) 학문을 익히고 도를 논함이 독서의 일이다.

孝悌忠信 講學之實也 禮樂刑政 講學之用也.(효제충신, 강학지실야, 예악형정, 강학지용야) 효도와 우애와 충성과 믿음은 강학의 실체요, 규칙과 음악과 형벌과 행정은 강학의 활용이다.

讀書而不知實者 非講學也 所貴乎講學者 爲其實用也(독서이부지실자, 비강학야, 소귀호강학자, 위기실용야) 독서를 하면서 실체를 모르는 것은 강학이 아니요, 강학에 있어 귀중한 것은 그 실과 용을 위함이다.“ <연암집>

살아있는 지식인의 사회 공동체적 역할을 강조하며, 개인의 도덕성이나 심성을 일깨워 이 시대의 만연한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경계하는 글이다.

200여 년 전 청나라의 앞선 문물과 과학으로 이룩한 경제를 보며, 박지원은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에 고뇌하며, ‘이용후생’ 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 무역대국, 정보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적처럼 이룩한 산업화와 달리 여전히 정치·사회는 혼란을 되풀이해서 겪고 있고, 인간관계의 단절 등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가 흔들리며 정신적 부조화가 극심하다. 생활의 풍요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사회와 이웃을 잃지 않을 인간심성 회복을 위한 교육의 개혁, 가치관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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