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가 생성한 ‘지브리’ 화풍 이미지가 문화‧예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이미지 생성 기술은 지난달 26일 새벽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된 이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챗GPT의 국내 일간활성이용자수(DAU) 125만292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 세계 정상과 연예인까지 이 유행에 동참하면서 챗GPT 이용자 수는 5억 명을 돌파했다.
뜨거운 시장 반응만큼 저작권 침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수 십년 동안 쌓인 창작에 대한 고민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도안이나 화풍은 아이디어 영역으로 간주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특정 스타일이나 콘셉트를 저작권으로 보호하게 되면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적으로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개별 작품은 강력하게 보호하되, 스타일이나 콘셉트의 모방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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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화풍도 일반적인 저작권 법리에 따라 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견은 있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았던 데즈카 오사무(아톰 작자)의 화풍 영향을 받았다.
데즈카 오사무 역시 유럽의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았고, 유럽의 인상주의 화풍은 19세기 후반 일본 미술인 우키요예 판화 화풍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 미술의 새로운 색채와 구도, 표현 방식이 유럽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고, ‘지브리’ 화풍도 그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다만 AI가 ‘지브리’ 이미지를 생성하는 현상은 다르게 볼 부분이 있다. 앞선 흐름에는 개별 창작자가 기존 스타일을 해석하고 변형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었다. 수작업이 동반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반면 AI가 생성 이미지의 경우 AI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모방하는 방식이다. 개별 창작자의 고민과 노력은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개별적 표현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AI도 특정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고민한 뒤 고유한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다는 반론도 있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생성하고 예측할 수 있으므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AI는 학습된 데이터에서 통계적으로 적절한 결과를 도출할 뿐 과정은 인간의 방식과 다르다. 결국 AI는 지브리 화풍을 학습해 이를 ‘지브리풍’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원작자의 시장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해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AI가 특정 화가나 스튜디오의 작품 스타일을 학습해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면, 원저작권자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형성된 성과를 무단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허윤 변호사는 “특정 작가의 화풍을 복제하는 AI 서비스는 해당 작가가 시장에서 누려야 할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 등을 그대로 베꼈다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하는 상황은 기존 예술계에서 화풍의 영향을 주고받던 상황과 완전하게 다르다”며 “AI의 발전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문화예술팀 아트앤로(Art&Law) 소속으로, 현대미술관의 해외 작가 작품 전시 자문, A 갤러리의 위탁 작품 소유권 분쟁, B 갤러리의 위작 작품 판매 분쟁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