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데이터 공개해야…"지브리 무력…소규모 창작자 우려"
vs AI 업계에서는 학습 데이터 면책 조항 주장
저작권·학습 데이터 공개 범위 다룰 AI 기본법 후속 입법 필요

인공지능(AI)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두고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AI 학습에 사용된 창작물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 속에 이를 다룰 'AI 기본법'후속 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2일 IT 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열풍 속에 연일 이용자 수를 갱신하고 있다. 챗GPT 전세계 이용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5억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7일 기준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역대 최다인 125만 명을 넘어섰다.
뜨거운 반응만큼 논란도 뜨겁다.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오픈AI 측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2일 현재 특정 화풍 및 캐릭터 이미지 생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막혔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우회하는 프롬프트가 공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예술계와 창작자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 생성형 AI의 이미지 생성에 대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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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A 씨는 "초반에는 AI 생성물이 저작권 도둑이라고 비판받았지만, 지금은 AI가 생성한 일러스트·노래 커버를 너도나도 만들고 즐기고 있다"면서 "사용자들의 경각심이 희미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창작자들은 생성형 AI가 창작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우려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웹툰 작가 232명 중 56.0%가 "AI 기술 활용이 향후 창작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AI 기술이 웹툰 작업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응답은 23.7%에 그쳤다.
A 씨는 "AI 창작물을 재미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의식은 희미해지고 창작물의 가치는 물론 더 넓은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대형 스튜디오인 지브리도 이렇게 무력하게 사용되는데 소규모, 개인 창작자들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은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AI기본법 제정 당시에도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으나 논의 끝에 해당 조항이 현행법에서는 제외됐다.
정향미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당시 "AI가 저작권을 제대로 지켜서 학습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창작자들은 굉장히 의심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업계에서는 학습 데이터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AI 업계에서는 오히려 AI 학습을 위해 사용한 자료에 대해서는 면책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AI 액션 플랜'에 맞춰 발표한 정책 제안서를 통해 AI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자료와 관련해 면책 조항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국내 ICT 업계 관계자는 "책 한 권을 구매하면 3만 원인데, AI 데이터 학습을 위해 활용하면 100만 원"이라면서 "스타트업이 데이터 학습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AI 데이터 학습을 위한 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 입법이 시급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 해외 입법도 더딘 상황이라 규제 공백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AI 기본법 제정 후 발의된 후속 개정안은 지난 2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유일하다. 해당 개정안은 저소득층의 인공지능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문체부는 '2025 인공지능(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지난달 19일 발족했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 전 보완을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를 통해 "AI기본법의 내실을 다지는 보완 입법과 함께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개인정보 보호, 금융·의료·로봇 등 유관 산업의 AI활용을 위한 후속 입법 논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