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운영의 핵심과제로 추진하면서 녹색금융을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선정함에 따라금융권에서 너도나도 녹색금융상품을 출시했지만, 정작 관련 상품이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석현 의원은 13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통해 "녹색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개념이나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금융기관이 너도나도 녹색금융상품을 출시했지만 이는 녹색금융상품에 대한 법적인 정의나 규정도 없이 금융기관이 자의적으로 선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4월 말 현재 펀드를 제외한 금융권의 녹색금융상품 취급 규모는 모두 42개 상품, 4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펀드의 경우 2009년 9월 말 기준으로 모두 71개 펀드에 설정액 1조6000억원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녹색금융상품이라고 내놓은 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연 이들 상품이 녹색상품의 정의나 개념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러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체중 감량에 따른 보너스를 제공한다는 하나은행의 'S라인 적금', 한국로봇산업협회 업종 추천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우리은행의 '로봇시대론', 고속도로 통행료 후불결제 전용카드인 경남은행의 '후불 하이패스카드' 등은 녹색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녹색펀드 역시 마찬가지. 신한 BNP파리바 자산운용에서 취급하는 펀드의 경우 환경관련 주식 투자비중은 13%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고, 대신투신운용에서 취급하는 펀드 역시 사회적, 환경적 기준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애매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녹색펀드의 운용 현황을 보면 모두 71개 펀드 중 설정액이 1억 미만인 펀드가 7개, 10억 미만인 펀드가 16개로 집계됐는데 녹색금융상품이라고 포장은 해놓았지만 실상을 보면 기존 펀드와 별 다른 차이점이 없거나 녹색과 상관 없는 펀드에 그냥 녹색이라는 이름만 붙여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현재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등 관련 법안도 통과되지 않았고 녹색금융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녹색금융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것은 녹색금융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더구나 이러한 상황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는 금감원도 문제"라며 "금감원은 지금부터라도 녹색금융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만들고 녹색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