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비즈니스 호텔 체인들이 국내 중저가 호텔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의 중저가 호텔 활성화 프로젝트인 '베니키아' 체인화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여행객들의 관광트렌트가 단체관광 위주에서 개인관광으로, 특급호텔보다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외국 중저가 호텔 체인의 한국시장 진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베스트 웨스턴과 일본의 토요코인, 프랑스의 이비스 엠버서더 등이 최근 몇년간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외국계 호텔체인들은 대부분 국내 호텔을 인수하거나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기존 호텔명을 유지한체 브랜드명을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가장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코요코인의 경우 지난 2008년 부산점 오픈 이후 동대문, 광주, 대전, 부산 등에 호텔을 추가로 짓는 등 10년 내 한국에 60개까지 호텔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관광공사가 외국계 호텔들로부터 국내 호텔들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중저가 호텔 체인화 사업인 '베니키아'를 추진하고 있지만, 졸속 계획과 인력부족, 예산확보 실패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국회 문방위 소속 김부겸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베니키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베니키아 사업을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12월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올 6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차 사업을 실시한 뒤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호텔 체인사업이 장기간에 걸친 서비스 일원화, 교육, 노하우 습득 등을 거쳐 정착시키는 장기사업임을 고려할 때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내 최고 호텔체인으로 성장한 베스트 웨스턴의 경우 자국내 성장까지 17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베니키아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은 관광공사 3명, 외부경력직 4명, 인턴 2명 등 9명으로 26명의 인력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베스트 웨스턴 코리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예산도 마찬가지.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도 예산에 보면 베니키아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20억원이다. 당초 외부 컨설팅 기관이 책정한 42억원의 절반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또한 베니키아 사업계획서에는 서비스나 홍보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국내 중저가 호텔들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는 내용은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이유로 베니키아 호텔체인 사업은 시범사업을 시작한 2007년부터 만 2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40개가 채 안돼는 호텔만이 가입할 정도로 가맹호텔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중저가 호텔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 팀을 노린 외국계 중저가 호텔 체인들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호텔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막상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공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며 "만일 베니키아 사업이 이 수준으로 추진된다면 몇 년 내 외국계 호텔들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