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를 향해 고령화, 저출산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말 퇴직보험(신탁)의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퇴직연금시장이 2010년 정착되고 향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져 2015년엔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9월말 퇴직연금 규모는 적립금 규모는 9조1047억원으로서 8월(8조 6837억원)대비 4.8%(4210억원) 증가했다.
은행이 적립금(4조 7770억원)이 5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생명보험사가 29.2%, 손해보험사가 5.8%, 증권사가 12.5%를 기록 중이다.
유형별로는 DB형 적립금(5조 8653억원) 비중이 64.4%로 가장 많고, DC형이 26.7%를 차지하고 있다. 운용방법별로는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85.1%(7조 4517억원)이며,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12.5%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규모는 늘고 있지만 정작 퇴직 연금에 대한 질적인 면에서의 성장은 뒤쳐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 기관들이 퇴직연금의 특성 상 일단 선점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양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앞장서면서 질적인 측면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여전히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며“최근 은행, 보험, 증권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도입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어 향후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06년과 20007년 펀드 붐이 불면서 은행 및 증권사에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났던 것과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원금보장형에만 치우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전체로는 85% 정도가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이고, 약 15%만이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나마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상품 비중이 67.8%로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은행권 금리수준과 비슷한 채권형 펀드다.
다양한 근로자들의 욕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퇴직연금을 단순히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보다는 퇴직금이 노후생활의 안전판으로 제대로 기능할 때 안정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즉 노후는 생각보다 훨씬 길 것이기 때문에 원금 보전에만 중점을 둔다면 높은 수익률을 놓칠 수 있고, 나아가 길어진 노후 생활을 대비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근로자들이 퇴직금 중간 정산을 해서 생활비나 교육비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서 노후대비에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로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근로자의 노후소득인 만큼 자산운영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