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채권단과 기업재무구조 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을 5일 체결함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의 재무약정 이행을 위한 구조조정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한진그룹의 경우 지난 5월 체결한 9개 기업집단에 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 영업실적도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여전히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3분기에만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부채의 대부분이 항공기, 선박 구매 등에 따른 외화부채인 데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채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재무약점 계열사나 유휴자산 매각, 자금유치, 차입금 상환 계획 마련,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목표 등 자구노력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업종의 특성을 감안,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존 기업집단들과 달리 계열사 매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 보다는 유동성 강화를 위한 단기 자금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재무약정을 체결한 다른 기업집단이 M&A 추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한진그룹은 미래성장을 위해 영업자산 확보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재무약정 체결이 오히려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MOU 이행을 위한 구조조정이 단기 유동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자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회사채 발행, 항공기 선박 등의 매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M&A를 통해 규모를 늘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매각할 만한 계열사도 없고, 그룹 소유의 토지 등 유휴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회전율이 9.7%로 크게 높지 않아 ABS 발행여력이 충분하다.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및 선박의 세일즈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일부 제기되고 있는 유상증자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3000억원 유상증자 설이 있는데 이는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며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항공기 및 선박 몇대만 돌려도 3000억원은 바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채권단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룹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