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이즌필'(poison pill)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에 개정에 나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 수단이 마련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로 정관을 변경해 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할 수 있고, 이후 적대적 M&A 상황이 벌어지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인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9일 밝혔다.
포이즌필은 인수 대상 회사 이사회 의사에 반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침해가 우려될 때 인수자 이외 주주에게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로, 경영권 장악을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포이즌필이나 복수의결권주(Dual Class Stock), 초다수결의제 등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수단이 도입됐으나 한국에서는 적절한 방어수단이 갖춰지지 않아 적대적 M&A의 공격과 방어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인수선택권은 M&A에 대한 방어 수단이므로 무상으로 주어져야 하며, 경영권 양도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으므로 주주 외에 제삼자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나 주주 일반의 이익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일부 주주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상환 조건 등을 차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회사의 가치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적대적 공격자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거나 행사가격을 차별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자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아울러 인수선택권을 주식과 분리 양도할 수 없으며,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행사 기간 이전에 인수선택권 전체를 무상 소각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를 차별취급하도록 할 방침이며, 공격자나 이해관계인은 유지청구권, 신주발행무효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통해 차별 취급이 적법한지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주식에 다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주나 주식 보유량과 관계없이 합병 등 특정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 이사 해임 등 일정한 결의사항은 일반 주주총회보다 더 높은 결의 요건을 두는 초다수결의제 등의 방어 수단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는 "포이즌필은 경영권 공격과 방어의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영국은 이사회 중립의 원칙을 통해 경영권 방어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배대주주나 지배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포이즌필이 소액주주의 이익 보다는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의 사적편익을 위해 오·남용되기 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