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비자금, 뇌물, 불법 증여 등으로 의심되는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금융감독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기준이 현행 2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강화된다.
이는 지난달 14일 우리나라가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FATF)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도를 국제기준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FATF 권고 사항에 따른 금융당국의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비자금 및 뇌물, 그리고 불법 증여로 의심되는 혐의 거래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낮출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래 혐의거래 보고제도는 원래 국제사회에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각 나라에 도입됐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불법 증여 등 조세포탈 목적의 혐의 거래가 많이 적발됐다.
2001년 자금세탁방지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FIU에 보고된 혐의거래는 18만8874건이었고, 이 중 변칙 상속 및 증여 등 조세포탈 목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자금세탁 혐의거래를 금융위 산하 FIU에 보고토록 조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FATF 회원국 가운데 미국만 5000달러 이상이라는 한도가 있을 뿐 다른 회원국들의 경우 일단 혐의 거래로 의심되는 자금에 대해 무조건 보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거친 뒤 내년 초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금번 관련법 개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별도의 기준없이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혐의 거래 신고 기준 강화로 그동안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불법 증여를 막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는 또한 시중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회계사와 변호사 등도 혐의 거래 신고를 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과 관련,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종은 고객비밀보호 의무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로 자금세탁방지의무를 강제하기보다는 업계 자율로 실시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혐의거래 보고 기준을 5000만원 이상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한차례 낮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