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는 국내 진출 당시, 현대차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속내는 알 수 없지만 )현대차는 토요타 전시장이 진출해 있는 강남, 서초, 분당, 부산 등에서 자사의 차들과 토요타 차들을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마련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그랜저를 방어하기 위한 현대차의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현대차에게 세계 1위의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 역시 현대차의 간판 모델이라는 점, 토요타가 국내에 가져온 캠리 역시 자사의 간판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브랜드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지난 1982년 이후 7세대까지 진화한 캠리는 27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중형세단의 표준'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대중세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대중성 대신 과감함 선택한 쏘나타
지난 9월 17일, 한강에 위치한 선상카페 마리나 제페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대중세단, 쏘나타의 6세대 모델을 공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쏘나타의 모습이 공개되자, 기존 대중세단으로 대표돼 왔었던 쏘나타의 기존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참석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난(蘭)의 선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는 신형 쏘나타는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한, 정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디자인이 상당히 조화롭게 차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현대차는 분명 쏘나타를 통해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평가된다. 그만큼 쏘나타 디자인은 여느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 럭셔리함을 잃지 않은 엣지있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앞면은 보닛 후드에서부터 흐르는 캐릭터 라인과 연결된 라디에이터 그릴 안의 또 다른 캐릭터 라인이 쏘나타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 즉, '흐르는 듯한 조각'을 극명하게 표현해 내고 있었다.
특히 날카롭게 디자인된 측면 캐릭터라인은 쏘나타의 유연함과 역동적 운동 에너지를 표현해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 캠리의 디자인은 전세계인들의 눈에 맞추려다보니 지나칠 정도로 무난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입차라면 으레 '세련된 차', '럭셔리한 차'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캠리는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특히 회색톤으로 통일한 실내디자인은 다분히 20세기 적이며,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듯싶었다.
하지만, 캠리의 매력이 오래 탈수록 잔고장 없고 질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디자인이 오래 탈수록 질리지 않을 수 있는 클래식함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성능에서는 캠리가 한수 위
성능에 있어서는 역시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인 캠리가 한수 위였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페달감, 거기서 전해오는 정숙성은 마치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를 탔을 때를 연상케 했다. 역시 정숙성에 있어서만큼은 토요타를 따라 올 브랜드가 없다.
패밀리 세단으로 개발된 만큼 스포티한 매력은 덜하지만,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부드러운 정숙성 하나만큼은 잃지 않는다. 거기다 여유로운 공간, 특히 넓은 뒷좌석과 트렁크는 골프백 4개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다.
반면 2000cc의 쏘나타는 2500cc의 캠리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주행성에 있어서만큼은 절대적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페달을 깊이 밟으니 저속에서의 정숙성은 어디로 사라지고 소음과 함께 차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
특히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80km에서 100km 사이에 차가 힘겨워 보였고, 그 구간에서의 소음은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날렵한 외관 디자인과는 불협화음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캠리와 쏘나타를 비교해 점수를 주자면, 디자인과 편의성에 있어서는 쏘나타에, 성능과 정숙성에 있어서는 캠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진정한 승부는 쏘나타는 내년 2400cc급 모델이 출시된 이후, 캠리는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이후에 제대로 가려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