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추진했던 공정위 강제조사권 도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지난 9월 정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경제를 저해하는 주적인 카르텔(기업담합) 조사의 실효성과 적발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에게도 강제조사권이 도입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무부 등 유관 부서와 심도깊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이 부여될 경우 사실상 검찰에 종속되는 결과가 초래돼 현재 추진이 무산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법 체계상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이 부여될 경우 공정위가 사법경찰관으로 지정이 돼야 하는데 이 경우 지휘감독을 검찰에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는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도 검찰의 관리 하에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전문적인 시각에서 이뤄진 당국의 조사를 최종 판단기관인 검찰에서 완전히 뒤엎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굳이 강제조사권을 도입해 검찰의 관리 하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한편 현재 공정위는 임의조사권을 갖고 있어 기업의 동의 하에 수색 등 조사를 벌일 수 있다. 즉 기업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대응책이 없는 셈이다.
때문에 공정위 강제조사권 도입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