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이나 상가를 분양하면서 피분양자(임차인)가 낸 개발비를 분양사업자가 임의로 유용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성창에프엔디가 신촌역사 쇼핑몰을 임대분양하면서 피분양자와 체결하는 개발비 납부각서 중 '개발비를 홍보비·인테리어비용·분양경비·개발수익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토록 시정권고 조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가활성화와 무관한 용도로 상가개발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조항은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돼 약관법상 무효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약관은 홍보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아 홍보의 내용이나 목적이 피분양자들의 이익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 예를 들어 분양자체를 위한 홍보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상가건물로서 기능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테리어비용에도 개발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 피분양자들의 돈을 남용한 셈이다.
무엇보다 분양비용은 사업자가 자신의 업무인 분양과 관련해 사용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부담하는 게 마땅함에도 개발비로 이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해 임차인에게 비용을 전가한 것이다.
아울러 '상가개점 전후의 운영경비'라는 불분명한 용도에 개발비를 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개발비를 분양사의 '개발수익'으로 사용토록 규정해 분양사업자가 자의적으로 개발비를 이용한 셈이다.
따라서 이 같은 약관조항은 고객에 불리한 약관조항으로 약관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상가개발비는 피분양자가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와는 별도로 '상가활성화'라는 피분양자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분양회사에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창에프엔디의 경우 상가개발비의 용도를 광범위하고 불분명하게 정해 피분양자가 위탁한 자금을 분양사가 임의로 유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사실 그동안 상가개발비의 유용 및 상가분양 계약해지시 반환여부 등 상가개발비와 관련된 분쟁이 빈번했다.
실제로 이번 성창에프엔디의 신촌역사 쇼핑몰 분양과 관련해 하남에 사는 이 모 씨(68세)는 상가 임대수익으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은행에서 4억원을 대출받아 신촌밀리오레상가 4개 매장을 분양받았다. 이에 따라 지불한 개발비는 약 1억원이다.
하지만 해당 쇼핑몰은 전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수익은커녕 한 매장도 임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분양사가 피분양자들로부터 받은 개발비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거나 미분양된 상가의 인테리어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상가활성화와 무관한 용도에 임의로 사용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에 사는 장 모 씨(56세) 역시 남편이 쓰러진 후 경제적 능력이 없어 고생하던 중 상가를 분양받아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아 신촌밀리오레상가 2개 매장을 분양받았다.
개발비로 약 66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분양사의 설명과는 달리 해당 쇼핑몰은 유동인구도 적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아무런 수입도 얻지못한 채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아파트까지 처분하게 됐다.
이에 이 씨와 장 씨는 해당 분양계약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상가분양사업자가 상가개발비를 임의로 사용하는 관행을 막아 퇴직금 등을 상가에 투자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서민층의 권익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성창에프엔디는 상가분양·쇼핑몰 임대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회사로 지난 1976년 설립돼 서울·부산·수원밀리오레 등을 분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