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합리화 인하 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카드사들은 현재보다 2%포인트 정도 낮출 의사가 있다고 당국에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평균 26% 수준인 현금서비스 전체 금리를 낮추기 위해 연 환산 기준 4.5% 수준의 취급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 2% 인하가 현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라고 밝히며, "업계 나름의 적정 수준의 수수료 인하 폭을 결정에 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손실보전 차원에서 신설된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자와는 별도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명분이 없고 금리도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에 업계 나름의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전업계 카드사 5곳과 은행계 카드사 15곳에 각각 '신용카드 수수료 합리화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지난 11일까지 답변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도 풀이 가능하다.
지난 11일 현재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한 카드사는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에 제출일을 오는 14일로 연장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카드사들의 이 같은 수수료 2%포인트 인하 의견에 금융소비자들에게 과연 만족할 만한 답변인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당국내 한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의 조달금리와 이익규모를 고려할 때 업계 나름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수준인 2%포인트 인하로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없다고 본다"며 "실제 이 같은 평가가 나오면 건전성을 해치지 수준에서 카드업계가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국감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수 차례 카드사 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수수료 인하 여력이 큰 것으로 소비자들도 알고 있는 만큼, 금번 수수료 인하 방안에 만족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실제로 카드사 조달금리가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와 비교하면 8.15%에서 5.16%로 떨어진 상황이고 조달비용이 줄어든 만큼 수수료 인하 여력이 크다고 판단되며 이에 대한 여론도 마찬가지라는 것.
금융위원회 역시 개정 대부업법의 취지에 따라 카드사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현재 보고 있다.
올해 4월22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수수료'와 사례금, 공제금, 연체이자 등 명칭에 관계없이 대출과 관련해 고객에게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보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고객이 현금서비스를 받을 때 은행에 지급하는 ATM기 수수료가 건당 800~1천3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취급 수수료를 폐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업계 카드사 모 관계자는 "현재 당국에 제시한 2% 수준 이상으로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낮출 경우 업계 수익성과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수수료 2%포인트 인하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들이 조금 이익을 내고 있다고 가맹점 수수료도 낮추는 판국인데 현금서비스 금리까지 내리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카드사들이 최근 연 4% 수준인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2% 포인트 가량 줄이는 방식의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추진할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소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IBK 투자증권은 삼성카드를 예로 들며 현금서비스 수수료 2% 인하시 삼성카드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 3%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증권사의 이혁재 연구원은 "그러나 삼성카드의 영업수익 중 현금서비스 사업 비중은 12% 정도로 낮아 수수료 인하 영향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전업계 카드사들과 은행계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사업 비중이 높지 않아 수익성을 좌지우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우회적으로 돌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