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10년만에 되찾을 전망이다.
1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국재중재법원(ICC)은 지난 12일 현대중공업과 IPIC와의 국제중재에서 "IPIC가 2003년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양사의 계약서에는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쪽이 상대방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시장가격의 75%로 넘겨야 한다는 '강제매각권'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IPIC는 그동안 보유해 온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현대중공업에 매각해야 한다. 매각 총액은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승소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시세차익은 1조원 가량으로 전망된다.
국제중재법원 결정은 단심제이기에 이번이 최종 판결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사건 종료'로 인정한다. ICC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 개별 국가의 법원으로 갈 수도 있지만, ICC의 결정을 뒤집은 전례가 거의 없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IMF경제위기의 여파로 IPIC에게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매각했다. IPIC는 당시 '휴지'나 다름없던 오일뱅크의 지분을 떠안으면서 현대중공업에 2억 달러(2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고, 현대중공업은 오일뱅크의 독점 배당 권리를 IPIC에 부여했다. 부채 상환 전까지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배당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경영권 참여 권한도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 2003년 양측은 계약 조항 수정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오일뱅크 지분 20%를 IPIC에 추가로 넘겼다.
그런데 2007년 들어 IPIC가 배당을 받아가지 않기 시작하며 현대중공업과의 문제가 발생했다. 오일뱅크의 재무상황이 빠르게 호전되면서 IPIC가 일종의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는 것.
현대중공업 측은 "IPIC가 고의적으로 배당을 중단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참여와 배당 재개를 막았다"며 이를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간주했다.
이후 IPIC가 보유지분의 일부 매각을 추진하면서 분쟁이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은 "법적 분쟁(legal despute)이 발생한 상태에서는 지분매각을 할 수 없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 IPIC가 이를 무시하고 매각을 추진했다"며 지난해 3월 국제중재법원에 IPIC를 제소했다.
IPIC는 "현대오일뱅크의 매각을 막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근거 없이 국제중재를 신청했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므로 현대중공업은 남은 지분 30%도 우리에게 팔아야 한다"며 맞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