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8일 제출한 노동법 개정안 입법 발의안에 대해 재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4일 노사정이 합의한 노조 전임자 무임금 원칙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8일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서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 및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지난 4일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에 '통상적인 노조관리업무'가 추가됐는데, 그 개념이 애매모호해 자칫 순수 노조 활동 전체를 의미하는 모든 활동이 다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일상적인 노조 사무업무 수행자나 상급단체 파견자는 물론 조합원 총회, 대의원대회, 조합원교육, 수련회 등 각종 회합과 행사가 모두 포함될 소지가 있고 심지어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파업 준비활동까지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게 재개의 주장이다.
재개는 이렇게 되면 기존 법률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노조 자체 활동에까지 법적으로 유급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노사 공동이익을 위한 활동 4가지(교섭,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에 한해서만 근로시간을 면제해 주기로 한 4일의 노사정 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개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로 내년 4월말까지 근로시간 면제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키로 한 상황에서 '통상적 노조관리업무' 까지 포함시킬 경우 큰 혼란과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에는 노조마다 순수 노조활동이 필요한 만큼 이를 회사가 모두 허용해야 한다면 실제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해 진다"며 "타임오프 형태를 빌어 전임자 급여 뿐만 아니라 순수 노조활동까지 사용자가 급여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라는 문구는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의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라는 문구도 도마위에 올랐다.
개정법이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취지인데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가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의 근거가 될 경우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일 개정법에서도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의 기본 근거를 종전처럼 단협이나 사용자의 동의로 삼을 경우 노사간 상당한 갈등과 대립의 초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교섭과정 중 노조가 음성적으로 법 이외 사항을 요구하거나 법상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요구를 할 경우 현장 노사관계 특성상 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노조 우위의 사업장인 경우 법 개정 이후에도 전임자 급여를 음성적으로 지원하는 관행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