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 키움증권 김봉수 부회장이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관료 출신이 아닌 첫 민간 기업 인사가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단일 후보가 아닌 경선을 통한 선임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김 신임 이사장의 갈 길을 순탄치 않다.
최우선적으로 이명박 정권 출범부터 마찰을 겪어온 정부와 한국거래소와의 관계 설정과 마찰로 인한 임직원들의 흉흉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가 선결문제다.
나아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당국과의 관계 개선 회복이다.
일단 거래소 직원들은 김 신임 이사장의 내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거래소가 무게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침체된 조직분위기 되살리기가 최우선
증권업계와 거래소 관계자들은 신임 이사장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침체된 조직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이정환 전 이사장이 선임된 이후 정부와 마찰을 빚어 오면서 검찰 압수수색에 이어 금감원 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해야 할 승진 인사가 유야무야 지나갔으며 예정돼 있던 사업들은 대부분 연기됐다.
그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거래소 내부갈등 문제를 꼽았다.
지난 2005년 거래소가 통합됐지만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을 뿐 실제로 통합이 이뤄진 것은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그 예가 바로 두 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년 전 거래소가 통합됐지만 거래소에는 통합노조와 단일노조가 상존하고 있다.
현재 통합노조는 옛 코스닥위원회와 선물거래소가 중심이고 단일노조는 옛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와의 마찰 속에 단기간에 거래소 조직이 흔들리며 공공기관으로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직원들의 자긍심이 땅에 떨어진 만큼 거래소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 주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당국과 업계 가교 역할 맡아야
다음으로 김 신임 이사장이 해야 할 숙제로 정부와의 관계 회복과 업계와의 가교 역할을 꼽았다.
이는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등 정책당국과 업계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어 원만한 해결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거래소 관계자들은 “낙하산 인사라도 좋으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와서 빠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공연하게 떠돌곤 했다.
현재까지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논란이 어떠한 합의점을 찾게 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아직까지 통과여부가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위치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이 빠른 시일내에 민간기관이든 공공기관이든 거래소의 정체성을 확실히 나가아할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