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사수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는 대신 실질적인 그룹의 지주회사격이던 금호석유화학은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자율 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을 채권단으로 넘어갔지만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의 그룹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화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갈 수 있는데 이를 피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단 주도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하려면 알짜 계열사를 많이 보유한 금호석화까지 워크아웃 대상에 집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강한 거부로 자율협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화에 대한 워크아웃을 거부한 것은 금호석화가 그룹의 지주회사인만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박삼구-찬구 '형제의 난'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양대 지주체제에서 금호석화 단일 지주체제로 재편했다.
특히 금호산업의 최대 알짜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금호석유화학에 지분 12.7%를 넘겨 최대주주를 금호석화로 바꿨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 등 총수 일가가 48.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산업(21.07%), 금호타이어(47.31%), 아시아나항공(26.75%), 금호피앤피화학(78.2%), 금호생명(23.83%)의 대주주로 있다.
사실상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가 금호석화를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따라서 금호석화가 지분변동이 수반되는 워크아웃에 포함될 경우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에 대한 박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권 행사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금호석화를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버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금호석화가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의 그룹 경영권에는 당분간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