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7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사외이사 9명과 사내이사 2명 등 총 11명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긴급 간담회를 연 것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조사하는 등 강 회장 내정자에 대한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3일 ‘내년 1월 사외이사제도 개편 방안이 마련된 후 회장을 선출해도 늦지 않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강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이면서 검사 인력을 평소보다 3배 넘게 투입하고 주요 부서장 컴퓨터를 압수하는 등 고강도 검사를 벌여 이사회를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이 취소된다면 이에 앞서 강 회장이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임시 주총이 취소된다고 해서 강 회장이 내정자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는 내년 3월 정기 주총 이전에 회장 선임건을 다시 상정할 수 있으며 아예 새로운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난번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향후 사외이사들의 입지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주총이 취소된다면 강 회장 내정자는 회장직 사퇴는 물론 내년 10월 임기 때까지 국민은행장직만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 행장직까지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강 내정자가 회장직을 사퇴한다면 KB금융으로서는 3개월여만에 두 명의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사태가 확산되면서 아예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사퇴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만약 사외이사들이 전격 사퇴할 경우 회장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될 수 있고 강 내정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 일부는 간담회에서 어떤 논의가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무리하게 (자리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강 내정자로서는 어느쪽이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심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월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자진 사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