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회장, 거취표명 임박

입력 2009-12-31 08:50 수정 2009-12-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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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외이사도 사퇴 움직임

KB금융지주가 설립된지 1년 3개월여만에 두 명의 최고경영자가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7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사외이사 9명과 사내이사 2명 등 총 11명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긴급 간담회를 연 것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조사하는 등 강 회장 내정자에 대한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3일 ‘내년 1월 사외이사제도 개편 방안이 마련된 후 회장을 선출해도 늦지 않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강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이면서 검사 인력을 평소보다 3배 넘게 투입하고 주요 부서장 컴퓨터를 압수하는 등 고강도 검사를 벌여 이사회를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이 취소된다면 이에 앞서 강 회장이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임시 주총이 취소된다고 해서 강 회장이 내정자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는 내년 3월 정기 주총 이전에 회장 선임건을 다시 상정할 수 있으며 아예 새로운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난번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향후 사외이사들의 입지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주총이 취소된다면 강 회장 내정자는 회장직 사퇴는 물론 내년 10월 임기 때까지 국민은행장직만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 행장직까지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강 내정자가 회장직을 사퇴한다면 KB금융으로서는 3개월여만에 두 명의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사태가 확산되면서 아예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사퇴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만약 사외이사들이 전격 사퇴할 경우 회장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될 수 있고 강 내정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 일부는 간담회에서 어떤 논의가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무리하게 (자리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강 내정자로서는 어느쪽이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심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월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자진 사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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