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말로만 외화대출 자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환 투기성 기업에 대한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시중은행들에게 외화대출 자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외화대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는 한 금융당국의 요구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환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환리스크 노출도가 심각한 기업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화강세를 이용해 환차익을 보려는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기 기업들을 예방하기 위해 외화대출 자제를 주문했겠지만, 대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은행에게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외화대출 자제 요구와 정부의 중기대출 요구를 동시에 소화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중소기업들 가운데 원자재와 부품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중기대출을 확대하려면 외화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은행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원화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외화대출을 권유하고, 나중에 옵션을 활용해 원화대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원화대출이 많아지는 결과를 낳고 또 수입 중소기업들은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지난 1월말 현재 시중은행들의 외화대출은 지난해 연말보다 100억~200억달러 정도 늘었다. 우리은행은 전월보다 2900만달러 늘어난 31억1100만달러, 신한은행은 1억2300만달러 늘어난 32억900만달러, 기업은행이 9000만달러 늘어난 37억7600만달러, 외환은행이 1억100만달러 늘어난 26억6400만달러를 기록했다